지난 2002년 5월부터 시작돼 3년을 끌어왔던 재능교육교사노조(위원장 유득규)와 회사간 임단협 교섭이 17일 새벽 드디어 잠정합의됐다.

19일 노조는 “새벽까지 지속된 막판 교섭을 통해 그동안 노조 조합원들에게 걸려 있던 12억의 손해배상과 가압류를 철회하는 것을 포함해 수수료 제도, 노조 전임자, 위탁계약서 체결 방식 등 쟁점 사항에 대해 모두 합의했다”고 밝혔다.

주요 합의내용으로는 △위탁계약서는 노조와 합의해 작성 △유급 전임자 4명 인정 △임금·단체협약 유효기간 2년 △하절기 지원금으로 6개월 근속 미만 7만원(2만원 인상), 6개월 이상 15만원(5만원 인상) 지급 △가압류는 임단협 체결과 동시에 해제 등이다.

또한 임금협약이라고 할 수 있는 ‘수수료’에 대해서는 기본급을 보존하되 회원유지 성적이 좋은 교사에 대해서는 추가 급여를 지급키로 했다.
 
유득규 노조 위원장은 “일단 특수고용노조 최초로 단협을 갱신했다는 것에 매우 큰 의미가 있으며, 위탁계약서를 노조와 계속 합의해 작성하기로 하고 영업성과 위주의 임금체계를 막아낸 것도 성과”라며 “그러나 사실상 임금이 동결된 데다 임금협약안 유효기간이 2년으로 늘어나는 등 한계는 있다”고 밝혔다.

노조는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오는 21일부터 닷새 동안 진행하며 가결되면 곧바로 조인식을 가질 예정이다.

유령회원 부당영업 혐의 사회적 문제화, 정종태 전 위원장 위암선고 등 파장 확산 우려 탓
교섭을 진행한 기간만도 어느덧 햇수로 3년이 흐른 지난 17일에서야 재능교육교사노조가 임단협에 잠정합의했다. 단협상 자동갱신 조항이 있고 회사가 무단협 선언을 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암묵적으로 단체협약이 전혀 지켜지지 않는 ‘무단협’ 상태에 가까웠던 3년이다.


이렇게 재능노사의 임단협 갱신교섭이 지난하게 진행된 가장 큰 이유는 가압류 철회와 위탁계약서 작성 문제다.


2000년 파업 이후 회사가 당시 노조 집행부에 손해배상으로 청구한 금액은 모두 12억원. 이 때문에 조합비 절반이 가압류가 되면서 1,2기 위원장이 생활고에 시달려 도중에 사퇴했고 노조 상근 간부들도 급여를 제대로 받지 못해 떠나는가 하면 조합원도 4,300여명에서 현재 수백 명대로 줄었다. 임단협 기간 내내 회사는 1,2기 집행부에게 부여된 가압류 금액인 8억9,600여만원은 철회할 수 있지만 3대 집행부에게 가해진 가압류 2억여만원에 대해서는 철회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또한 회사는 기존 단협에는 회사와 교사 간의 위탁계약서를 노조와 합의해 만들기로 돼 있지만 이 조항을 삭제해 줄 것을 요구해 왔는데, 회사가 이 요구를 철회함에 따라 전격적으로 합의에 이를 수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회사가 한 발 물러선 이유는 최근 학습지업계의 가짜 회원을 유지하게 하는 부당영업 혐의가 학습지 교사들의 건강권 침해와 맞물려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을 뿐 아니라 정종태 전 노조 위원장이 위암말기를 선고받으면서 사태가 확산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종태 전 위원장은 재임기간에 상근비를 제대로 받지 못한 것은 물론이고 임기 후 학습지 교육현장에 돌아갔을 때도 급여 중에 절반이 가압류돼 식사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지난 13일부터 서울지역 비정규연대회의 대표자들이 ‘정종태 살리기 운동본부’를 꾸리고 혜화동 재능교육 본사 앞에서 “손배·가압류 등 비도덕적인 방법으로 노조를 탄압한 재능교육이 위암말기의 정종태 위원장을 살려내야 한다”며 재능교육이 책임을 다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유득규 노조 위원장은 “학습지회사는 고객들에 대한 이미지 손상을 가장 두려워하는데 정종태 위원장 건으로 본사 앞 1인 시위를 시작하면서 1차 가압류만 철회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바꾸기 시작했다”며 “또 국정감사를 앞두고 단병호 의원실에 재능교육 책임자를 증인으로 신청하기도 하는 등 여러 가지 외부적인 압력이 컸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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