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동 공공연맹 위원장<사진>은 지난 6월, 올 연말까지로 돼 있는 짧은 임기와 2개월여에 걸친 연맹 지도력 공백을 해결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안고 보궐선거에 단독 출마해 당선됐다. 곧이어 서울지하철노조와 서울도시철도노조의 쓰라린 패배와 연맹 내 최대 규모였던 KT노조의 탈퇴에 직면해야만 했다.

이제 그에게 남은 임기는 3개월. 대구지하철노조와 서울경인사회복지노조 소아마비협회 정립회관지부가 끝을 알 수 없는 싸움을 벌이고 있으며 내년 1월 공사 전환을 앞두고 철도노조가 피할 수 없는 한판 싸움을 준비하고 있다. 게다가 당초 연맹이 확정했던 공공대산별 건설이 2년 앞으로 다가왔다.

짧은 임기 중 절반의 기간동안 너무 많은 것을 경험했고 역시 남은 임기 절반동안 많은 과제를 떠안은 이호동 위원장을 만났다.
 
- 당선 당시 6·7월 집중투쟁 등 당면 투쟁의 조직, 조직운영의 혁신, 투쟁을 통한 산별노조 건설 등을 강조했었다.
“일단 연맹 중앙의 재정비라는 측면에서는 거의 정상화 됐다. (궤도연대 파업 등) 현장에서 촉발된 투쟁들에 대해 중앙과 현장간부들이 혼연일체가 돼 나섰다. 피하지도 않았고 피할 수도 없었다. 성과를 낸 조직도 있고 분노를 삼키면서 현장으로 복귀해 아직까지 투쟁하는 조직들도 있다. 이 모든 투쟁들이 ‘돈보다는 사람, 이윤보다는 생명, 수익성보다는 공공성’이라는 기치 아래 전개됐다.
7월1일부터 공공부문을 필두로 1,000인 이상 사업장에서 주5일제가 시행됐다. 지난해 근로기준법 개악 저지투쟁 패배의 결과로 단협을 통해 방어해야 한다는 절박한 과제로 제시됐다. 마침 연맹이 지도력 공백상태를 빚으면서 사전에 조직하지 못한 것이 굉장히 아쉬웠다. 하지만 그때 (위원장 자리에) 없었다고 책임을 면할 수는 없는 문제였다.”
 
“사회공공성 강화와 시장개방 저지”

- 최근 연맹에 설립된 학교비정규직노조가 전국여성노조와 가입대상이 겹친다.
“산별노조를 건설하는데 나타나는 조직 대상 중복문제는 총연맹이나 해당 산별노조 간의 사전 대화를 통해 지혜롭게 풀어야 한다. 총연맹에서도 문제해결을 위해 나선 것으로 안다. 무리하게 추진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다른 조직이 받아 안지 못하면 우리가 해낸다는 것이 일단 방침이다. 또 다른 산별노조에서 조직활동을 하는 것이 더 낫다면 그렇게 편재되도록 할 것이다.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차별철폐 문제는 이용석 열사의 정신을 계승하는 문제도 있다. 비정규직 문제라면 조직적인 부담을 안고라도 해낼 생각이다.”
 
- 이후 철도노조, 가스공사노조와 공공연대 투쟁이 예상되고 있다.
“어느 것 하나 가벼이 할 수 없는 것들이다. 서비스시장 개방 저지, 노동기본권 쟁취, 차별철폐, 사회공공성 강화 등 투쟁과제들을 하반기 동안 집중적으로 모아갈 것이다. 특히 10월31일 공공연대 총력투쟁과 이후 민주노총 하반기 투쟁 방침에 따라 최선을 다할 것이다. 쌀시장 개방문제는 우리나라 전체의 먹거리 문제이고 국민들의 보편적인 서비스인 공공서비스시장이 무차별적인 개방을 요구받고 있다. 직접적으로 당면한 문제이다. 공공성 문제는 공공연맹이 늘 선봉에 서 왔듯이 그 투쟁에서 중심적 역할을 할 것이다. 대구지하철과 정립회관 노사가 팽팽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 투쟁이 승리하도록 끝까지 지원할 것이다.”
 
- 남은 임기 3개월 동안 주력하고 싶은 부분은.
“당면한 투쟁과제들에 역량을 집중할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공공부문 대산별 건설을 위한 토대구축이 과제이다. 공공연맹 조직 진단 및 통합연맹 5년에 대한 평가를 진행 중이다. 산별기획팀을 만들어 기본적인 자료를 축적하고 발전 경로를 수립할 것이다. 조직 내외부에 산별에 대한 교육과 선전을 진행할 것이다. 2006년 대산별 건설 방침을 위해서는 이런 것들을 하반기에 마무리하고 내년부터는 실질적인 준비에 들어가야 한다. 다소 무리가 따르더라도 하반기에 계획한 것들을 해 낼 것이다.”
 
“IT연맹 민주노총 가입, 이해 안 돼”

대산별 방침 얘기가 나오자 자연스럽게 최근 IT연맹 건설과 민주노총 가입 얘기가 나왔다. IT연맹 얘기를 하면서 이 위원장은 “대산별로 가는 과정에서 발생한 사건일 뿐”이라면서도 불편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 최근 공공연맹 소속이었던 KT노조와 한국노총 정보통신노련 KTF노조가 따로 IT연맹을 꾸려 민주노총에 가입했다.
“원칙을 세우는 것은 쉽지만 지키는 것은 어렵다. 원칙이 무너지는 것은 한 순간이다. 민주노총의 대산별 원칙이 상당부분 훼손됐다. IT연맹은 모회사 노조와 자회사 노조, 2개로만 구성된 연맹이다. 조직적으로도, 형식적으로도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이런 구조를 총연맹 집행부가 무리하게 받아들인 이유를 모르겠다. 하지만 오는 조직 막지 않고 가는 조직 잡지 않겠다. 최근 공공부문 노동운동의 흐름은 민주적 단결을 강화하자는 것이고 우리는 대산별을 위해 선봉에 서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발생한 사례 정도로 보고 있다.
현재 공무원노조 자치위원회에 있는 전 공공연맹 자치노조와의 관계는 좋은 인연이다. 그렇게 돼야 한다. 경찰청고용직공무원노조도 그들과 함께 조직했다. IT연맹이 연맹에 도움을 청하면 도움을 주겠다. 민주노조 운동의 원칙이 살아 숨쉬는 노조로 발전했으면 좋겠다. 어쨌든 공공연맹은 대산별을 향해 매진할 것이고 이를 위해 총연맹 규약개정을 제안하기로 했다.”
 
최근 공공연맹은 민주노총 산하 연맹의 가입 요건을 ‘일정 규모 이상의 조합원, 일정 수 이상의 기업별노조 또는 지부’로 하도록 규약개정안을 민주노총에 제안하기로 중집회의에서 결의했다. IT연맹 가입 문제를 처리하는 과정을 봤을 때 현행 규약은 향후에도 몇 개의 기업별노조가 연맹을 결성해 가입신청을 할 경우 거부할 근거가 없고 현재 민주노총 규약규정이 대산별 정신을 충분히 담고 있지 못하다는 이유에서이다.
 
 
“공공연맹 위기 아닌, 노동운동 위기”

- 사회적 교섭에 대한 민주노총 방침 논의가 내년 1월로 유보됐다. 사회적 교섭을 반대해온 생각이 바뀔 수도 있는가?
“이미 내 입장은 여러 차례 밝힌 적이 있다. 일단 내년 정기대의원대회 때까지는 민주노총 내에서 토론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좋다고 본다. 하지만 그 때(내년 1월)라고 해서 생각이 긍정적으로 바뀌겠는가. 노동진영은 지금 (사회적 교섭이 아니라) 사회적 투쟁이 필요하다.”
 
- ‘공공연맹은 정부와의 대화를 원하면서도 사회적 교섭은 거부한다’는 지적이 있다.
“소위 ‘대중조직에서 교섭과 투쟁을 병행해야 한다’는 것은 기본이고 ABC이다. 그동안 공공연맹은 노정교섭, 노사교섭을 계속해 왔고 큰 투쟁이 벌어졌을 때 성과를 내기도 하고 당하기도 했다. 이것과 코프라티즘의 문제를 혼동하면 안 된다. 우리가 고민하는 것은 산별노조 건설방침이고 공공부문의 산별교섭 구조를 요구하는 것이다. 정부에 교섭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사회적 합의주의와는 다른 문제이다.”
 
- 공공연맹이 아직도 위기라는 지적이 있다.
“공공연맹의 위기가 아니고 노동운동의 위기이다. 그런 가운데 조직적인 위기가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지적에) 개의치 않는다.
공공부분 노동운동의 민주적 전통을 분명히 계승하겠다. 우리 민주노조 운동은 양적 증가보다는 민주적 단결을 강화해서 질적 성장을 추구해 왔다. 신규조직도 늘고 있다. 비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재도약의 발판이 될 것이다. 몇 차례 큰 투쟁의 시련 속에서도 조직을 굳건히 유지하고 발전시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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