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타운지부가 비록 처참하게 무너졌지만 나는 이상선 부장 하나 건진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사실 전기기사 1급 자격증에 그만한 실력과 경력을 가졌으면서 노조 활동하는 것은 쉽지 않아요. 시작이 늦어서 그렇지, 정말 뛰어난 활동가가 될 소양을 가지고 있어요.” 구권서 전국시설관리노조 위원장의 말이다.

지난달 13일 시설관리노조 굿모닝신한증권지회가 파업을 하자마자 조합원 전원이 연행됐다가 이 중 김경원 지회장과 이상선 본조 교육선전부장이 구속됐다. 구 위원장은 책임자였던 자기를 대신해서 이상선 부장이 구치소에 갇혀 있는 것 같아 못내 미안했다. 다행히 이상선 부장은 보석 신청이 받아들여져 지난 13일 꼭 한 달 만에 출소할 수 있었는데 정작 본인은 실형을 선고받았어도 상관없다는 표정이다.

“내가 잘못한 게 하나도 없었거든요. 심지어 난 연행 당시에 용역깡패들 때문에 신변상의 위협을 느끼고 경찰에 보호요청까지 했어요. 굿모닝신한증권지회의 파업이 합법적이고 정당한 파업이라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요.”

연행 당시 건장한 용역경비들이 파업중인 조합원들을 끌어내려고 관제실로 들어오는 것을 모니터로 확인한 뒤 이상선 부장은 마침 1층 로비에 와 있는 형사들에게 2번이나 전화를 걸어 신변보호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는 것이다. 그는 영등포경찰서에서 영등포구치소로 이감될 때 이런 사실들을 자필로 정리해 담당 형사를 직무유기로 고소했다. 또한 보호자 접견을 완전히 차단하고 검찰 조사 과정에서 검사가 심한 욕설을 하는 등 비인격적인 대우를 하는 것에 강하게 항의하고 조사를 거부하기도 했다. 그는 이 당시 인권침해 문제에 대해서는 담당 조사관 등을 인권위에 진정할 예정이라고 한다.
 
“말도 아니고 턱짓으로 지시 받아보세요. 느낌이 어떤가…”
 
그가 사법 권력에 대항을 시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사실 2년 전에 사법기관의 부당함에 강하게 싸웠다가 뼈저리게 아파 본 적이 있다. 지난 2002년 4월 대법원과 고등법원에서 전기·방제·통신 업무를 하는 시설관리노동자들이 법조타운지부를 설립했다. 그러자 법원은 당시 고등법원 지회장이었던 이 부장을 비롯해 노조 간부들을 해고했고 용역업체인 명호개발과의 용역계약을 해지했다. 우리나라 최대 사법기관에서 노동자들의 노동3권이 깡그리 무시되는 순간이었지만 너무나 확고한 법원의 권력 앞에 조합원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그때 저는 전기실 주임이었는데 사실 노조에 신경쓰지 않고 편하게 관리자 역할만 하면 될 수도 있었죠. 그런데 참고 있을 수가 없었어요. 2000년에 눈이 굉장히 많이 왔잖아요. 법원 관리자들은 우리한테 눈 치우라는 지시를 할 때도 말도 안하고 턱짓으로 해요. 지하실에서 없는 듯이 사니까 사람 취급도 안하는 거죠. 게다가 용역업체가 우리 급여를 중간에 가로 채고 있다는 것을 뻔히 아는데 이대로 참고 살면 더 무시당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었죠.”

법조타운지부가 사실상 해산되고 본조 상근자로 본격적인 노조운동을 결심하게 된 그는 30대 중반에 노조운동을 하겠다고 나선 아들의 변화를 받아들여 주신 부모님이 고맙다. 2002년에 CMC노조 파업에 공권력이 투입될 때 연대하러 갔다가 팔이 부러져서 3개월간 거동을 못했을 때도 목욕까지 시켜주시면서도 싫은 소리 한 번 안하셨다는 부모님.

“어릴 때부터 고집이 세고 불의를 보면 참지 못했어요(웃음). 제 성격을 아니까 부모님도 ‘오죽하면 네가 그런 일을 하겠다고 결심했겠냐’ 하시며 이해해 주시죠.”

그는 뒤늦게 발휘되는 그의 정의감이 늙고 힘없는 환경미화원 아주머니들 한 분 한 분에게 도움이 될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언젠가는 법원에 시설관리노조를 다시 재건하고 여의도 국회에서 일하는 시설노동자들까지 조직하고 싶다는 이상선 부장. 그는 자신의 활동 하나 하나가 30만 시설노동자들이 지하 어둠을 뚫고 자신의 권리를 찾아 나서는데 조그마한 불씨라도 될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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