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단체연합(여연)에서 노동복지부장을 맡고 있는 박차옥경(34·사진)씨는 4살 된 딸을 둔 아이 엄마다.

여성운동에 뛰어들게 된 동기를 묻자 “맏딸로 태어나 별 어려움 없이 자랐죠. 대학 다닐 때도 그 흔한 총여학생회 활동조차 안 했어요. 한 마디로‘차별’이란 나의 것이 아니었죠”라며 무덤덤하게 대답한다. 이런 그녀가 어떤 계기로 ‘여성 문제’를 고민하게 됐을까?

박씨는 12년 전에 포항에 2년간 머물게 됐단다. 그 때 우연찮게 ‘포항여성회’준비모임에 함께 했는데 그 때 느꼈던 끈끈한 자매애를 잊을 수 없더란다. 서울로 올라와 한동안 여성단체를 기웃거리던 박씨는 98년에 여연에 일자리가 있다는 얘기를 듣게 됐고, 그날 이후 본격적으로 여성운동의 길에 들어섰다고 한다.

운이 좋아 여연에 들어왔다며 쑥쓰러워 하는 그녀에게 “우리사회 대표적인 여성문제가 무엇인가”하고 물어보았다. 그녀의 답이 걸작이다. “한마디로 차별 백과사전이죠.”

장애, 빈곤, 실업, 비정규, 이주노동 등 5대 차별 과제에 여성문제는 안 끼는 곳이 없다는 것. “여성들은 임신·출산이라는 중요한 가치를 담당하고 있으면서도 오히려 이를 이유로 차별받고 있습니다. 보육과 가사 등 ‘돌봄 노동’을 책임지면서도 그 가치는 인정되지 않고 있죠. 사회 진출의 확대라는 화려함 속에 비정규직화와 차별, 직장 내 성희롱의 현실이 있구요. 가부장적인 호주제도가 아직도 살아있고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로 여성에게는 매일이 전쟁입니다.”

부성 중심 문화에 대한 반대운동의 일환으로 ‘부모성 같이 쓰기’운동에 98년부터 동참하고 있다는 그녀는 “아주 가끔 가부장적인 언행으로 나를 화나게도 하지만, 여성운동을 이해해주고 지원해 주는 남편이 있어 든든하다”며 가족 자랑도 잊지 않는다. 딸에 대해서도 “독립적이고 자기의지가 분명한 여성으로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오늘(14일)은 차별철폐대행진 둘째날 부문행사로 ‘보이지 않는 여성차별의 역사 순례 걷기’가 진행되는 날이다. 광화문에서 여의도까지 행진하며 “여성에 대한 차별, 폭력, 빈곤 없는 평등세상”을 외치는 행사다. 행사를 준비해 온 박씨는 “특히 호주제 폐지에 대해 한목소리를 내는 자리가 될 것”이라며 “여성들의 축제를 즐겨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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