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전국 100여개 시·군에서 40만여명이 모인 가운데 쌀 개방 반대 농민대회가 진행된 데 이어 11일에도 대규모 농민집회가 전국 곳곳에서 열렸다.

서울에서는 ‘이경해 열사 정신계승 우리쌀 지키기, 식량주권 수호, WTO/DDA반대 국민대회’가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진행됐다.

이날 집회는 지난해 멕시코 칸쿤에서 쌀 개방에 반대하며 자결한 고 이경해씨 1주기를 추모하고 정부에 식량자급률 목표치 법제화와 쌀 개방 반대에 대한 국민투표 실시 등 ‘식량주권 수호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 위해 마련됐다.

114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우리쌀지키기 식량주권 수호 국민운동본부’ 주최로 열린 이날 집회에는 농민과 시민 단체회원 등 1천여명(경찰 추산)이 참석해 “열사정신 계승하여 식량주권 수호하자”, “WTO 저지하여 쌀 개방 막아내자”는 등의 구호를 외쳤다.

또 민주노동당 김혜경 대표를 비롯해 단병호, 심상정, 강기갑 의원과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 전광훈 민중연대 상임대표, 한상렬 통일연대 대표 등 각계 인사도 자리를 함께 했으며 특히 국제적인 반세계화 운동단체인 비아 깜페시나(Via Campesina) 소속 해외 참가단도 행사장을 찾아 집회 참가자들의 환영을 받았다.


“농업 돈벌이 대상 아닌 인권이자 주권”

이날 집회는 1부 이경해 열사 추모제와 2부 본대회로 나뉘어 진행됐다.

전국농민연대 정재돈 상임대표는 추모사를 통해 “오늘은 멕시코 칸쿤에서 ‘WTO가 농민을 죽인다’고 외치며 자신의 심장에 비수를 꽂고 산화해간 이경해 열사의 1주기 되는 날”이라며 “이경해 열사는 농업은 돈벌이 대상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인권이자 주권임을 전 세계에 알리고자 했다. 열사의 정신을 계승하여 농업 개방 강요하는 WTO에 맞서 싸우자”고 호소했다.

이어 무대에 오른 김혜경 민주노동당 대표도 “우리는 이경해 열사의 1주기를 추모하는 것 뿐만 아니라 WTO를 온몸으로 막아내기 위해 여기 모였다”며 “우리 모두가 힘을 합쳐 ‘쌀 개방’을 막아내고, 전국에서 피를 흘리며 투쟁하고 있는 농민들에게 ‘희망’을 되찾아 주자”고 말했다.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도 “농민은 우리민족 전체에 먹을거리를 제공해온 아름다운 사람들”이라며 “민족의 자존심을 걸고 싸워온 농민들의 투쟁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지 못했던 점을 반성한다”고 전했다. 이 위원장은 또 “쌀 개방 반대 투쟁은 농민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민족의 생명이 달린 싸움”이라며 “모두 하나 되어 열심히 싸우자”고 호소했다.

“WTO는 초국적 자본 위해 농민 죽이고 있다”

이날 집회는 서울 뿐 아니라 부산, 광주 등 10개 광역단위에서 동시에 개최됐다.

서울 집회에 참석한 헨리 사라기(Henry Saragih) 비아 캄페시나 사무총장은 “WTO는 초국적 자본의 이익을 위해 농민을 죽이려 하고 있다”며 “전 세계 농민이 단결해 WTO 신자유주의를 파탄내자. 농민들이여, 영원하라!”고 외쳤다.

문경식 전농 위원장도 “지난 수년간 쌀 개방만은 안 된다고 외쳤지만, 정부는 국익을 위해서는 쌀을 개방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다”며 “농민들만의 투쟁으로는 쌀 개방을 막아낼 수 없다. 농민들이 먼저 모든 것을 걸고 나설 테니 함께 해 달라”고 호소했다.

집회는 'USA rice'라고 적힌 수입 쌀가마를 짓밟는 퍼포먼스를 끝으로 마무리 됐으며, 집회 참가자들은 누렇게 익은 벼 나락을 손에 들고 대학로에서 탑골공원까지 2.5㎞구간을 행진했다.

12일에는 단국대학교 학생회관에서 프랑스 농민운동가 조세 보베(Jose Bove)씨의 강연과 이경해 열사 추모 문화제가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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