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교 전국비정규노조연대회의(준)(전비연) 의장이 복직과정에서 작성키로 회사와 합의한 서약서가 ‘사규준수 서약’ 수준이 아니라 노조활동에 대한 ‘항복 선언문’에 가깝다며 전비연 의장직과 현대차 아산공장 사내하청지회장직을 사퇴한 것과 관련 파문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홍영교 의장이 사임을 요청하고 업무를 중단함에 따라 11일 전비연은 운영위에서 박대규 부의장(전국건설운송노조 위원장)을 직무대행으로 선임하고 차기 전체 대표자회의에서 홍 의장의 사퇴건을 공식적으로 논의하기로 했다.

다른 한편, 전비연은 이번 홍 의장의 서약서가 노조운동의 기본 정신을 부정할 것을 강요하는 내용일 뿐 아니라, 자신의 사상과 양심을 외부에 표명하도록 강요당하지 않을 ‘양심의 자유’까지 침해한 것이라고 보고 조직 차원의 문제제기를 할 예정이다.

지난 7월 현대차아산공장 사내하청지회는 17일간의 단식 끝에 정규직노조, 현대차, 협력업체들과의 교섭에서 해고자 15명 중 4명의 복직에 합의하는 한편, 실무협의 과정에서 재입사시 ‘사규준수 서약서’를 쓰기로 한 바 있다.

그러나 실무협상 막판 과정에서 확인한 서약서에는 △회사에 누를 끼친 지난 과오를 반성하며 불법 또는 부당한 행동으로 더 이상 회사의 명예와 대외적인 신용을 훼손하는 행위를 하지 않을 것 △사규 및 회사의 업무지시를 엄밀히 준수하며, 기타 사내 질서를 해치는 행위를 일체하지 않을 것 △위 사항과 관계법령을 위반하였을 경우 이로 인한 회사의 어떠한 처벌에도 이의제기를 하지 않을 것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홍 의장은 이와 관련 “비록 ‘정규직노조도 다 쓴다’는 말만 듣고 충분히 인지하지 못하기는 했지만 당당한 비정규직 투쟁의 정신을 거스르는 부끄러운 타협”이라며 “조직발전을 위해 복직이 매우 절실하고 결과적으로는 하청노조 간부들의 복직을 관철시킨 성과가 크지만, 정당하고 순수해야 할 비정규노조운동까지 이렇게 한 두 개씩 내준다면 우리 역시 타락해가고 말 것”며 지난 8일 의장직과 지회장직을 사퇴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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