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호전에 대한 갈증이 나날이 심해지고 있지만 상황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인다. 9일 한국은행은 소비, 투자 모두가 부진하다고 발표했고, KDI는 경기가 하강국면에 진입하고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게다가 통계청은 외환위기 때만큼 소비심리가 나빠졌다는 암울한 지표를 내놨다.

한국은행은 금통위 회의가 열리기 직전 ‘최근의 국내외 경제동향’이라는 자료를 통해 소비, 설비투자, 고용 모두 부진한 상황이라고 발표했다. 7월 소비자판매가 전월대비 3.0% 감소했고 설비투자추계지수 증가율도 6월 7.7%에서 7월 2.5%로 하락했다. 고용사정도 취업자수가 7월 들어 11만명 감소하는 등 다소 악화됐고 실업률도 7월 3.6%를 기록, 전월 대비 0.1%포인트 상승했다. 다만 건설투자 및 제조업 생산은 7월중 호조세를 이어갔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 역시 어두운 전망을 내놨다. KDI는 ‘8월 경제동향’ 자료에서 “내수 회복세가 가시화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7월중 경기관련지표들은 IT부문을 중심으로 수출이 둔화됨에 따라 전반적으로 부진한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KDI는 “동행지수 및 선행지수 등 경기종합지수가 4개월 연속 하락해 경기가 완만히 하강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소비관련 지표들은 부분적으로 증가세가 둔화돼 민간소비가 추가로 악화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설비투자 추계는 작년 동월대비 2.5% 증가하는 등 회복세가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며 조심스럽게 진단했다.

이날 발표된 통계지표 가운데 최악은 통계청의 ‘8월 소비자전망조사 결과’였다. 현재와 비교해 6개월 후의 경기, 생활형편, 소비지출 등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심리를 나타내는 소비자기대지수는 8월 현재 87을 기록, 지난 2000년 12월 82.2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6개월 전과 비교해 소비자들의 경기에 대한 평가를 나타내는 소비자평가지수도 63.1로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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