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자본의 단기투자자비중 증가가 성장잠재력을 위축시키는 원인이라는 ‘재계’의 연구결과가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외국자본의 고율배당·유상감자 등을 통한 자본회수와 이를 따라하는 국내기업들의 주주중심 경영논리가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재벌그룹의 연구소에서 이와 같은 주장을 편 것은 처음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7일 ‘외국자본의 국내진출 동향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최근 국내 금융산업의 외국자본 비중이 크게 증가하면서 금융시장의 외부충격에 대한 노출위험과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단기 투자자의 비중 증가는 단기성과 위주의 경영형태를 부추겨 장기적으로 성장잠재력을 위축시킬 수 있는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연구소는 “2004년 6월 현재, 거래소 상장기업에 대한 외국인 투자지분 가운데 95.4%가 간접투자”라며 “외국인 간접투자는 수개월 이하의 단기투자이거나 길어야 3~5년 정도 중장기 투자가 목적으로 장기투자보다는 구조조정, 고배당 등을 통해 투자기간 내 이익실현을 요구한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또 기업들의 주당배당금이 지속적으로 증가(99년 597원→2003년 1,016원)하고 최근에는 유상감자를 이용해 투자자금을 회수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KOSPI 200기업의 12.9%가 외국인 투자자의 경영간섭으로 애로를 겪은 적이 있으며, 이중 47.6%가 설비투자 대신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등을 요구받았다’는 대한상공회의소 설문 결과를 인용하며 이와 같이 주장했다.

이와 함께 보고서는 "최근 사모펀드 등 외국자본의 국내투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적대적인 M&A 위험 증가로 기업들의 경영권 불안이 가중돼 장기적으로 성장잠재력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경영권 방어비용이 상승하면서 투자여력이 줄어들어 장기적으로 성장잠재력에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박현수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현재 외국인 투자에 대한 긍정적 측면만 부각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역기능이 크다”며 “국내 경영인들은 ‘제살 깍아먹기식’ 고율배당의 유혹에서 벗어나 위험이 따르더라도 장기투자를 통해 경제 자체의 파이를 키워야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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