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비정규직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올 초 금융노조 비정규직지부 출범 때만 해도 그리 적극적이지 않던 이들이 최근 우리은행 해고자들의 법정싸움 승리에 힘입어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다. 이 가운데 우리은행 해고자 복직투쟁과 10월 비정규직지부 총회를 앞두고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는 권혜영(40) 금융노조 비정규직지부 우리은행 지회장을 만났다.

- 먼저 승소를 축하한다. 어려운 점이 많았을 것 같은데.
“2월에 해고된 뒤 7개월 만에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은행 쪽에서 또 항소할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인 것 같다. 복직투쟁 중에 비열한 은행의 행위에 더 크게 분노했다. 해고자들과 친인척 관계에 있는 직원들에게 은행이 압력을 가해 결국 2명이 소송을 취하했다. 이런 과정에서 비정규직 투쟁이 정말 외롭고 힘들다는 것을 느꼈다. 정규직노조의 협조가 없으면 그야말로 첩첩산중이다. 은행뿐 아니라 정규직노조까지 상대하는 것은 너무 버겁다.”

- 은행 비정규직의 실상은 어떤가.
“가장 심각한 것은 고용불안이다. 3개월마다 돌아오는 계약기간 만료시기가 다가오면 불안해서 일손이 잡히지 않을 정도다. 또 같은 일을 하면서도 정규직과의 다른 대우를 받아 상대적 박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심지어 비정규직과 정규직은 목숨 값도 틀리다. 은행은 정규직이 사망하면 1천만원을 지급하지만 비정규직에게는 고작 5백만원의 사망위로금을 준다. 똑같은 사람인데 그저 허탈할 뿐이다.”

- 그럼에도 비정규직지부가 활성화되지 못한 이유는. 또 앞으로 전망은.
“노조의 필요성은 느끼지만 본인한테 돌아올 ‘해고’ 등의 불이익 때문에 쉽게 나설 수 없다. 정규직노조는 힘이 있지만 비정규직지부는 이름만 있을 뿐 전혀 힘이 없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조직을 재정비하는 일이다. 누군가가 나서 비정규직지부를 제대로 세워야 한다. 금융노조에서 먼저 깃발을 띄워줬지만, 이끌어나갈 선장이 없어 표류만 했다. 그래서 오는 10월 비정규직지부 총회를 계획하고 있다. 임원선출부터 다시 시작할 것이다.
아직까지 가시적 성과가 없다고 희망까지 없는 것은 아니다. 물밑에서의 움직임은 가히 폭발적이다. 은행권 비정규직이 4만명이나 되기도 하지만 그동안 당한 설움과 분노로 인한 응집력은 무엇보다 크다. 그래서 우리은행 복직투쟁이 갖는 의미는 정말 남다르다. 고용불안에 초조해 하는 수많은 비정규직에게 ‘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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