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비정규직 고용은 외국계 은행이 더욱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한외국금융기관 가운데 규모가 큰 시티은행, HSBC, 아메리칸익스프레스 등의 비정규직 비율은 35%로, 이는 국내 은행 평균인 29.8%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5일 금융계에 따르면, 국내 점유율이 높은 아메리칸익스프레스(30%), 시티은행(32%), HSBC(37%) 등 3개 은행은 비정규직 의존도가 국내은행을 크게 앞지르고 있다. 특히 HSBC의 경우, 신규 인력 전원을 비정규직으로만 채용해 더욱 논란이 되고 있다.

주한외국금융기관노조 HSBC지부(위원장 이영희)는 “지난 2001년부터 은행에서 신규인력 전원을 2년 계약 비정규직으로 채용하고 이 가운데 10~20%만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나머지는 계약만료를 이유로 해지를 통보한다”고 밝혔다.

지부는 “현재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업무상 차이는 거의 없다”며 “이러한 은행의 고용방침에 따라 높은 업무강도에 시달려도 비정규직들은 정규직이 되기 위해 그 어떠한 항의도 할 수 없는 처지”라고 설명했다. 또 “2년 뒤 정규직이 되지 못한 80~90%는 왜 해고당하는지 이유조차 모른 채 짐을 싸게 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노조에 가입하지 말 것을 권유하는 등의 부당노동행위도 있다”고 지부는 전했다.

이와 관련, 외국계 은행 한 관계자는 “외국인 경영자들은 해고가 어려운 한국 노동법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며 “수익변동이 많은 소매금융사업에 주력하는 외국계 은행 입장에서는 고용보장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주한외국금융기관노조는 올 임단협에서 1년 이상 상시업무에 비정규직 채용금지, 인원 및 채용비용 노사협의로 결정, 일정비율 정규직 전환기회 부여 등 비정규직 처우개선을 요구하고 있지만 은행 쪽에서는 ‘인사권은 경영진의 고유한 권한’이라며 수용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노조 6개 지부는 집단 조정신청에 들어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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