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여성노조가 29일로 창립 5주년을 맞는다.

처음엔 다들 힘들 것이라고 했다. 여성과 비정규직을 대상으로 한 조직이라니…. 아무도 감히 엄두내지 않고 있었던 ‘고생길’에 뛰어든 전국여성노조가 지난 5년을 굳건히 버텨왔다. 아니 단지 버틴 것만이 아니라 출범 직후 조합원 400여명에서 5년 뒤인 지금 5천여명으로 조직적 성장을 이뤘으며 골프장 경기보조원, 청소용역노동자, 학교비정규직 등 주요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를 위한 조직화 모델을 만들어낸 눈부신 성과를 보였다.

오는 28일 오후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릴 창립 5주년 기념식을 앞두고 분주한 최상림 위원장(48·사진)을 26일 마포구 합정동 전국여성노조 사무실에서 만났다.

여성친화적 조직운영의 ‘힘’“낮은 노조조직률 속에서 여성조직률은 겨우 5~6% 수준에 머물고 있어요. 여성노동자의 70%가 비정규직이고, 85%가 100인 미만 사업장 소속입니다. 또 여성노동자는 직장내 차별과 임신·출산 등으로 노동시장에 진입하기 매우 어렵죠. 새로운 조직방식이 필요했습니다.”

99년 8월29일 출범한 여성노조. 조직화의 단초는 무수한 여성노동자들의 상담에서 출발했다. 노조로 쏟아지는 상담사례들은 하나같이 심각했으나 이 가운데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다고 판단한 사례들을 집중적으로 물고 늘어졌다.

“2000년 골프장 경기보조원 투쟁의 경우는 우리도 처음 접하는 특수고용직 사례였어요. 노조 역시 처음부터 배우는 심정으로 현장을 뛰어다니면서 조직화에 나섰죠.”

모든 일들이 새로운 사건의 연속이었다. 2001년 청소용역노동자들의 최저임금 개선 투쟁, 2002~2003년 학교비정규직 투쟁 등이 그랬다.

최 위원장은 “우리의 투쟁은 비정규 여성노동자들이 투쟁의 주체가 되도록 하고 이를 사회적 쟁점으로 만들어 제도개선 과정까지 투쟁의 수준을 높여가도록 했다”며 “지난 5년은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의 조직화 모델을 안착화시키는 과정이었다”고 평가했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여성의 성장과 자기존중감을 높이는 여성친화적 조직운영이 크게 주효했다고 설명한다.

새로운 조직적 전망 모색

여성노조는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지난 5년이 있어왔던 만큼 또 새로운 조직적 전망도 필요하다.

“지난 5년 동안 안정궤도에 들어섰지만 여성노동자 조직화 과제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조직적으로는 성과가 있었으나 전체 여성노동자의 처지는 여전히 많은 개선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새로운 조직 전망을 모색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여성노조는 지난 4월부터 전국적 간담회를 통해 조직전망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단다. 12월 정책토론회를 열어 △왜 여성노조인가 △상급단체 가입 필요성 △보다 주목해야 할 업종·대상 △연대의 폭 확대와 강화 등의 주제를 갖고 조직적 전망을 논의한다는 것이다.

최근 공공연맹의 학교비정규직노조 출범도 여성노조의 고민을 더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 처음으로 학교비정규직 사례를 발굴해 여성노동자를 조직화하고 지난 1년간 교육부를 물고 늘어져 교섭장으로 나서게 했지만 별도의 전국단위노조의 존재는 여성노조에게 하나의 고민거리이자 상처가 되는 듯 했다.

“공공연맹은 앞으로 대산별체제로 가야 한다고 보는 입장입니다. 우리는 우리 조합원이 다른 산별로 가는 것을 무조건 거부하는 것이 아닙니다. 문제는 여성비정규직 조직화에 있어 어떤 방식이 효율적이냐는 거죠. 또 공공부문 비정규직은 160만명에 이릅니다. 이 시점에서 이미 지난 2~3년에 걸쳐 이미 조직기반이 마련된 영역을 다툴 필요가 있는 것인지 의문입니다.” 하지만 최 위원장은 “자칫 노조간의 경쟁관계로 비쳐지는 경계할 일”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현재 조직적 전망을 논의하고 있는 중이지만 여성노조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여성의 정서를 이해하면서 여성친화적인 방식을 여성 스스로의 리더십을 만들어가는 것이 여성노조의 원칙입니다. 아직도 조직화되지 못한 여성비정규직이 너무 많아요. 여성노조는 여성노동자가 주체가 되고 이들을 집단적으로 묶어내고 노동조건을 개선해 나가는 전술을 끊임없이 고민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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