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언론을 통해 몇 차례 보도된 바 있는 ‘중국의 북한 합병론’을 두고 조갑제 월간조선 사장 겸 편집장이 또 다시 궤변을 늘어놨다. 요즘 들어 중국의 북한 합병 시나리오가 흘러나오는 것이 한미동맹 악화 때문이라는 것이다.

조 사장은 24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북한을 중국에게 넘겨주는 날’이란 제목의 글에서 최근 인터넷 상에서 확산되고 있는 중국의 북한 합병설을 “한미관계 악화가 가져온 악몽의 한 표현”이라고 규정하고, 중국 등 “주변국의 방해책동을 돌파”하고 “김정일 정권의 붕괴를 자유통일로 가져가려면 한국과 미국이 찰떡처럼 공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북한 합병설’은 중국정부 학술고문인 베이징 대학 정치학 교수의 강의를 들은 한 한국인이 강의 내용을 정리해 인터넷에 올린 데서 유래한다. 북한 정권의 붕괴 후 친중파 군부가 정권을 장악하면 중국은 북한 땅을 자국의 군사 연방으로 편입시키고, 장기적으로는 지방정권화 하려 한다는 것이 합병설의 핵심이다. 동북공정 또한 합병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것이다.

조갑제 사장이 보기에 중국의 북한 집어삼키기를 막아낼 수 있는 유일한 열쇠는 미국과의 밀착 공조에 있다. 조 사장은 미국과의 관계가 자칫 틀어질 경우 “미국이 김정일 이후의 북한이 핵무기와 화학 생물학 무기를 포기한다는 것을 조건으로 삼아 북한에 대한 중국의 종주권을 인정해 줄지도 모른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조 사장은 미국이 북한을 중국에 넘기는 이유로 남한 내의 반미감정 고조를 들었다. 조 사장은 “만약 지금처럼 한미관계가 나쁘고 한국인의 반미감정이 극성을 부리면, 또 한국 정부가 김정일 정권 붕괴 이후의 북한을 흡수할 의지가 약하다면, 김정일 이후의 북한은 중국의 영향권 안으로 들어가 버리고 우리는 통일의 기회를 놓칠 것”이라고 강변했다. “통일저지세력인 중국을 저지할 나라는 그래도 한반도에 영토적 야심이 없는 유일한 나라 미국뿐”이기 때문에 미국의 감정을 거슬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조 사장은 나아가 “남한의 정권이 친북좌파정권이라면 미국과 중국이 한국을 따돌리고 북한을 요리하는 것을 환영할 것이다. 그렇게 하여 통일의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 한반도 분단을 고착시킨 민족반역 정권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남한 정권이 북한 땅을 중국에 넘길 수 있다는 극단의 예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요는 미국과 든든한 공조관계를 유지해야 할 남한이 미국의 심기를 상하게 함으로써 배신감을 느낀 미국이 김정일 정권 붕괴 후 중국에 북한땅을 넘겨주는 사태가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신빙성을 인정키 어려운 한 중국 대학교수의 주장이 조 사장의 손끝을 거치면서 논리적으로 엄청난 널뛰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국제정세 속에서 남북간 평화정착의 최대 걸림돌이 북핵을 빌미로 한 미국의 대북 선제공격 가능성 때문이라는 것이 정설이라고 할 때, 조 사장이 주장하는 것처럼 미국이 남북의 평화통일을 가능케 하는 유일한 나라라는 주장은 애초부터 설득력을 갖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또한 중국과 미국이 남북한을 무시하고 북한을 마치 자국 영토처럼 주거니 받거니 한다는 주장도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다.

조선일보 또한 조 사장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이와 쏙 빼닮은 논리를 펴고 있다. 조 사장 글이 24일 오후에 홈페이지에 올라온 것을 볼 때, 같은 날 아침에 발행된 조선일보 칼럼의 논리를 조 사장이 충분히 활용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24일자 조선일보에서 권대열 논설위원은 ‘중국의 북한 합병설’이란 칼럼을 통해 조 사장의 글과 판에 박힌 논조를 보였다.

“정부기관 학자들까지 ‘중국 견제를 위해서라도 한·미동맹을 강화해야 한다’고 우려하고, 6자회담 관계자는 ‘미국과 멀어지면서 벌써 다른 참가국들은 이전만큼 한국 발언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 같다’고 전할 정도다.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고, 한반도에 대한 영토욕도 적으며, 역사적으로도 우리와 잘 지냈고, ‘힘도 센’ 미국은 중국의 욕심을 차단하고 통일을 대비하는 데도 유용한 도구다. 그런 나라를 잘 써먹자는 생각을 ‘숭미(崇美)’라고 비난하는 이들이야말로 반민족·반통일 세력이다.”

근거가 분명치 않은 서로의 글을 활용, 왜곡의 정도를 증폭시키는 조선일보 일가의 궤변이 독자들의 의식을 혼미케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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