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그룹의 호텔리베라가 경영악화를 이유로 7월 중순 실질적인 폐업을 한 지 50일이 넘어서고 있다.

형식적으로는 ‘경영악화’로 사업을 더 이상 존속할 수 없다는 것인데 회사 쪽은 그동안 경영현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폐업의 불가피성을 밝히기보다 전임자 축소, 지난해 임금인상분 반납, 노조위원장 사퇴 등만 주장해오다가 노조가 거부하자 7월 중순 전 매장을 조기 폐업시켜버렸다.

정식 서류를 접수한 것은 8월2일이다. 그동안 회사를 함께 꾸려왔던 노동자들을 하루 아침에 내모는 결정을 하면서도 일방적인 ‘통보’만 했을 뿐 교섭이나 논의는 하지 않았다.

그런데 폐업을 한 뒤인 지난 19일 회사는 총지배인을 내세워 노조와 교섭을 했는데, 이 자리에서 지난해 임금인상분 반납, 미지급 법정수당 2억4천만원 반납, 연봉제 도입 교섭 등을 들고 나왔다. 고심 끝에 노조가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고 밝혔음에도 박순석 신안그룹 회장은 내년 설 상여금 50% 반납, 연장근로수당과 연월차수당 지급 불가 등을 추가로 받아들일 것을 요구했다.

급기야 박 회장은 23일 호텔리베라노조 박홍규 지부장과 만난 자리에서 2003년 임단협 합의서 무효, 연봉계약제 도입, 노조전임 2명 해지, 노조를 노사협의회로 전환, 단체협약 불인정 등을 수용하면 폐업을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폐업의 진짜 이유가 노조 와해와 구조조정에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 셈이다.

박홍규 지부장은 “이번 기회에 위장폐업을 내세워 노조를 완전히 공중분해시켜버리려는 의도가 아니고 무엇인가”라며 개탄을 금치 못했다.

자본가의 전근대적인 노사관과 폐업 앞에서 노동기본권이 완전히 무시되는 상황에서 법적으로는 어떠한 조치도 마련되지 않는 이 노동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그리고 폐업으로 생계위협을 받고 있는 직원들과 그 가족, 인근 협력업체 등 2천여명의 삶은 또 무엇으로 보상받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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