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허거제가 지난 17일부터 시행됐다. 그러나 출발이 순조롭지는 않다. 산업연수생 제도와의 병행, 미등록 이주노동자 강제 출국, 사업장 이동제한 등 독소조항 포함 등의 문제가 많기 때문이다. 고용허가제의 문제점과 개선방향, 한국의 노조운동이 이주노동자 문제 해결을 위해 해야할 역활에 대한 글을 싣는다. <편집자 주>

지난 17일부터 고용허가제가 정식으로 시행에 들어갔다. 정부는 새로운 제도를 통해 이주노동자의 노동권을 보장함은 물론 안정적인 인력정책을 운영하겠다고 한다. 십수년이 넘는 동안 편법과 파행으로 일관돼온 외국인력정책 하에서 기본적인 인권조차 보장받지 못했던 것을 생각하면 새로운 제도의 시행이 환영과 기대 속에서 출발해야 함에도 오히려 사회각계의 시각은 우려로 가득하다.

지난 1년 시범기간 상황 더 악화

현대판 노예제라는 오명을 안고 있는 산업연수제를 폐지하지 않고 병행실시함으로써 끊임없이 제기되어 온 외국인력제도의 파행과 왜곡을 근절시키지 못하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제도 자체가 가지고 있는 심각한 결함으로 인해 이주노동자의 노동권 보장과 안정적인 인력운영이라는 취지는 이미 그 의미를 상실하게 됐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게다가 새로운 제도의 성공적인 실시를 위해서는 불법체류를 막아야 한다는 미명하에 진행하고 있는 무리한 단속추방으로 미등록 이주노동자만이 아닌 합법체류 노동자에까지 인권침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애당초 정부의 발표대로라면 정식시행에 앞서 실시한 시범적 운영기간인 지난 1년 동안 상황이 훨씬 나아졌어야 한다. 그러나 현장에서 이주노동자들이 겪는 고충을 직접 접하고 있는 실무자의 입장에서 볼 때 1년 전이나 지금이나 나아진 상황은 거의 없고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산업연수제 폐지·미등록자 합법화 등 제도개선 필요

당연히 인정돼야 할 기본적인 인권과 동등한 노동의 권리는 이주노동자의 자기결정권을 완전히 배제하고 있는 사업장 이동제한이라는 벽에 부딪혀 전혀 나아가지 못하고 있고 노동시장 교란의 주범이고 고용허가제 성공의 걸림돌이라며 모든 방법을 동원해 줄이겠다던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수는 오히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뿐만 아니라 산업연수제를 통한 인력도입을 최소한으로 제한하면서 궁극적으로는 본래의 연수목적이 아닌 인력의 도입은 모두 고용허가제로 통합하겠다던 의지는 간 곳 없고 오히려 연수생 도입규모가 고용허가제의 두 배를 넘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결과가 이미 1년 전부터 예견됐다는 것이고 지난 십수년간의 이주노동자와 관련된 정부의 정책 시행이 항상 이런 식이었다는 것이다. 현실에 대한 고려나 사회적인 합의에 기초하지 못한 불합리한 시책을 무리하게 추진함으로써 문제의 근원을 애써 회피하려고만 해 온 것이다.

이대로 간다면 고용허가제의 미래가 실패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는 것은 불을 보듯 자명하다. 이제라도 실수를 인정해야 한다. 산업연수제의 즉각적인 폐지, 미등록이주노동자의 전면 합법화와 강제단속이 아닌 단계적이고 합리적인 출국유도, 고용허가제 독소조항의 개폐 등 그동안 사회각계로부터 제기된 비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적극적인 자세로 법개정을 통한 합리적인 개선책을 도입해야 한다.

한국노조운동 이주노동자 문제 적극 나서야

더불어 정부로 하여금 분명한 제도개선책을 만들게 하기위해서는 한국노동계의 관심과 동지적인 연대의 노력 또한 절실히 요구된다.

이주노동자 지원단체의 실무자 입장에서 보면 지금까지 이주노동자에 대한 한국 노동조합의 입장은 마지못해 등 두드려 주는 것 이상이 아니었다고 평가된다. ‘모든 노동자는 하나다’라는 문구는 희석돼 버린 지 오래라는 푸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주노동자들이 한국 노동조합에 걸었던 기대는 가슴 아픈 짝사랑에 다름 아니었던 것이다. 같은 노동자이지만 영원한 이방인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내국인 노동자 우선이라는 암묵적인 전제 앞에 이주노동자들은 언제나 뒷전이었던 것이다.

한국인 노동자들 사이에 이주노동자에 대한 시각이 노동자가 아닌 외국인이라는 데에 머물고 있는 한 이주노동자의 동등한 노동권 보장은 요원한 일일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전체 한국노동운동의 미래도 불투명하다고 할 것이다.

최근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계가 이주노동자에 대해 강 건너 불구경식의 미온적 태도가 아닌 노동운동의 동반자로서 끌어안는 인식과 태도의 변화를 보이고 있는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좀 늦은 감이 있지만 이주노동자운동이 전체 노동운동의 전망 속에서 진정한 동지적 연대로 풀어질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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