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앉아있어도 땀줄기가 흐르는 푹푹 찌는 여름날씨에 자신의 휴가를 ‘통일’을 위해 자진반납하고 ‘파병철회’와 ‘반미?민족공조’의 정당성을 외치며, 그리고 여름휴가는 꿈도 꾸지 못하고 있는 장기투쟁사업장을 찾아 연대의 목소리를 높이며 14박 15일간 전국을 누빈 노동자들이 있다. 노동자 통일선봉대가 바로 이들.

올해는 특히 공무원노조가 공식적으로 처음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이 가운데 “조합활동을 잘하고 싶다면 꼭 통일선봉대 활동을 해봐야 한다”고 자신있게 권하는 염수진씨(관악구청 근무)를 만나봤다.

참가배경을 묻는 질문에 염수진씨는 “보통 노조라고 하면 경제투쟁만 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냐”라고 오히려 반문했다.

염씨는 “통일문제는 임금인상이나 복지처럼 당장의 눈앞에 이익이 아닌 대의를 위해 싸워야하는 일이기 때문에 ‘긍지’를 가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욕심을 냈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큰 이유는 “공무원이 통일에 앞장 서야한다는 평소 생각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공무원의 특성상 통일에 기여해야할 몫이 크고 통일된 이후의 역할도 정말 중요한 것 같다”며 “그 첫발에 꼭 동참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공무원이라는 신분 때문에 통일선봉대 활동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활동에 어려움은 없었을까?
염씨는 “솔직히 미군기지 앞에서 경찰들과 몸싸움하는 광경을 보고 많이 혼란스러웠다”고 했다.

“솔직히 참가할 때 이렇게까지 활동하리라곤 예상을 못했던 것이 사실이였지요. 하지만 평택 미군기지 앞에서 처절하게 저항하는 학생들이 줄줄이 연행되는 것을 목격하고 가슴이 뜨끔했습니다. 이날 노동자 통일선봉대는 연행된 학생들이 풀어난 새벽 5시까지 저녁도 굶어가며 미친 듯이 싸웠던 것 같아요. 하지만 밥도 못먹고 잠도 못잤던 하루가 오히려 연대라는 것이 무엇인지 가슴으로 느낄 수 있었던 가장 감동적인 하루로 남아있습니다”

그때의 감정을 아직도 생생하다는 염씨는 “다시 일터로 돌아가면 혹시나 불이익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별로 개의치 않는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오히려 “지금까지 알맹이가 빠진 체 진행됐던 ‘관 주도의 통일행사’들을 바꿔보고 싶은 의욕이 넘치고 있다”며 “지역 통일단체와 지자체가 함께 주민들과 더불어 나눌 수 있는 통일운동을 모색해야 한다”고 전했다.

염씨는 “조합활동을 열심히 하고 싶다면 꼭 통일선봉대 활동을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고 한다. “14박15일간의 단체생활 속에서 사람과 사람의 관계, 그리고 반드시 지켜야하는 규율을 체득할 수 있었던 소중한 기회”라며 주변 사람들에게 적극 추천할 생각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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