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 막바지에 찾아온 프랑스영화 <팻걸>(Fat Girl)은 원제가 ‘A Ma Soeur!’ (내 언니에게!)다. 이 두 제목이 모두 맞다.

이 영화는 뚱뚱한 여동생 이나이스(아나이스 르부)의 시선으로 언니 엘레나(록산느 메스키다)를 보면서 때로는 질투하고 때로는 비웃으면서 두 자매의 성에 대한 호기심과 가치관의 차이를 세밀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들 자매가 이성에 눈뜨면서 고대하던 ‘첫 경험’은 뚱뚱하고 못생기고, 날씬하고 인형처럼 예쁜 그들의 외모처럼 전혀 다른 방법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결국 그들의 경험은 모두 충격과 좌절감들이다.

그러나 그들이 겪는 충격과 좌절은 단순한 것이 아니다. 그 속에는 ‘첫 경험’이라는 환상이 깨지는 허무함, 그리고 여성들에게만 유난히 신비스럽게 포장돼 있는 사회적 인식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기도 하다.



사춘기 소녀의 성(?)적 시선으로 여성을 보다

주인공 이나이스는 뚱뚱하고, 못생겼고, 하루 종일 먹는다. 가족들에게도 업신여김을 당하고 남자들도 거들떠보지 않는다. 언니 엘레나는 날씬하고 이쁘다. 엘레나는 이니아스에게 “너는 나하고 하나도 안 닮았어”라고 주입시킨다. 그렇다고 둘의 관계가 적대적이지는 않다. 그저 서로를 무시할 뿐이다.

그녀들이 이탈리아의 해변에 부모님과 함께 휴가를 왔다. 여기서 만난 잘 생긴 법대생에게 한 번에 끌린 엘레나. 그러나 이미 그녀들의 이번 휴가목적은 무조건 ‘첫 경험’을 위한 남자를 만나는 일이다.

섹스를 제외하고는 남자에게 접근하는 태도가 매우 도발적인 엘레나는 ‘첫 경험’에 대한 환상에 싸여 있는데 그것은 바로 첫 경험에 대한 두려움이다. 반면 이나이스는 “반드시 첫 경험은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한다”는 생각이다. 엘레나는 이 법대생을 두 자매가 같이 쓰는 방에 끌어들여서 섹스를 한다.

이니아스는 이 과정을 전부 목격한다. 그리고 마치 자신이 경험을 하는 것 같은 전율을 느끼기도 하고 언니의 두려움이 전이나 되는 듯이 흐느껴 울기도 한다.

사실 엘레나와 아나이스의 서로 다른 가치관들은 그들의 외모와도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 예쁜 언니는 남자들의 시선을 늘 받아왔을테니 사랑에 대한 환상을 가질 수 있었다. 그 환상은 그를 ‘숭배’하는 남자들이 지켜줬을 것이다. 반면 아나이스는 일찌감치 사랑의 허망함을 깨닫게 된다.

그러나 아나이스는 “너만을 사랑할 것이다”며 섹스를 갈구하는 남자의 거짓말을 그대로 믿어 버리는 언니와는 달리 남자, 결혼, 섹스 등에 대해 매우 독립적이다. 뚱뚱하다고 놀리는 언니 앞에서도 결코 먹는 것을 포기하지 않고 엄마의 구박에도 불구하고 극구 짧은 치마를 입는다. 옷가게에서 동생이 같은 옷을 고르자 “늘 날 따라한다”는 언니의 구박을 듣지만 단호히 말한다. “따라하는 것이 아니야. 나도 이 옷이 젤 맘에 들었어”라고. 누구도 그 말을 믿지는 않지만 영화의 결말에서 그 고집스런 독립성은 충분히 드러난다.

이 영화는 엘레나의 섹스신에서 음모를 노출했다는 이유로 국내에서 ‘제한 상영’ 판정을 받았었다. 그러다 지난 7월27일 재심의 판정을 받으면서 18세 등급으로 일반 상영관에서 상영될 수 있었다. 그러나 문제의 섹스신은 너무 사실적이라 외설의 느낌이 거의 없다. 게다가 동생이 지켜보는 중이라고 생각해 보라.

충격적인 것은 라스트씬이다. 아버지가 먼저 직장으로 복귀해 버리자 엄마가 차를 몰고 두 자매와 고속도로를 달린다. 그 장면은 너무나 아슬아슬해서 금방이라도 사고가 날 것 같다. 그러나 정작 이 3명의 여자들이 돌발적인 위기를 맞는 것은 의외의 장소에서다. <로망스>, <지옥의 해부>등 내놓는 작품마다 과감한 영상과 도발적인 주제로 ‘검열과의 전쟁’을 치러온 카트린느 브레야 감독의 작품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놀랄 일도 아니지만 말이다. 20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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