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온 이는 추억담을, 떠날 이는 미리부터 들뜬 마음을 갖고 있을, 또한 떠나기 ‘어려운’ 이는 폭염과 맞서며 일상을 지키고 있을 요즈음이다.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은 “무더운 여름만큼은 ‘펄프(종이)’를 보기보다 나무보는 시간을 가질 것”을 권하기도 했지만 때로는 선풍기 앞에서, 계곡에서, 바닷가에서, 때론 푹푹찌는 천막농성장에서 한 권의 책을 읽는 것도 좋은 피서법이리라. <매일노동뉴스>는 이틀에 걸쳐 한 여름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양서들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이렇게 더운 날에, 생존 자체가 당면 과제가 되고 있는 날씨 속에서 “무슨 책을 읽을 것인가?”를 생각하고 말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며칠 동안 기억을 되살리기 위한 치열한(?) 고민과 그야말로 고뇌에 찬 결단으로 다섯 권의 책을 뽑아서 권하려고 한다. 부디 그 중에서 한 권이라도 기억하셨다가 도서관에서 빌려 읽든지, 사서 선물하든지, 아니면 책장에 꽂아두시기를 바란다.



개인으로서 사람이 행복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조건은 건강이다. 그래서 누구나 건강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생각이 있고 '건강 철학'이 있다. 나도 ‘자연주의’라고 이름 붙일 만한 건강 철학(?)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을 갖게 된 것은 10여 년 전에 큰 병이 걸려 오랫동안 고생을 한 후이고, 한 권의 책을 읽고 난 후다. 그 책은 ‘화타’라고 스스로 호를 붙인 김영길이라는 한의사가 지은 책이다.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간단하다. 많이 걸어야 건강하다는 것, 많이 걸어야 병을 고칠 수 있다는 것이다. <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다>는 제목 그대로다. 인간은 수십만 년 동안, 아니 수백만 년 동안 사냥을 하기 위해, 물고기를 잡고 열매를 따고 조개를 캐기 위해 하루 종일 걸어다녔다. 그래서 인간의 몸은 그런 생활에 맞춰 진화해왔다. 인간의 오장육부, 아니 인간의 유전자는 수백만 년 동안 형성되어 온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 문명이 발달하면서 인간의 생활 조건은 너무나 많이 변했다. 그러나 인간의 유전자는 그렇게 금방 바뀔 수가 없다. 인간의 몸은 아직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되도록이면 원시인과 비슷하게 생활을 해야만 건강할 수 있다. 그 중에서 가장 분명한 것은 많이 걷는 것이다. 그리고 단것과 짠 것과 기름진 것을 먹고 싶은 만큼 먹지 않는 것이다.

다음으로 유명한 생물학자 최재천의 책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를 소개한다. 인간은 동물의 한 종류이고, 모든 동물은 개체가 생존하기 위해서 그리고 종족을 보존하기 위해서 서로 뭉치기도 하고 돕기도 하고 경쟁하기도 한다는 지극히 당연한 전제로부터 출발한다. 그래서 그는 동물의 행동에 견줘 인간의 모든 행동을 이해하고 또 따뜻한 눈으로 바라본다. 그가 내세우는 슬로건은 “알면 사랑한다!”이다. 동물의 행동에 견주어 인간의 행동을 바라보면 이해하지 못할 것이 없다는 것이다.

혹시 과학보다는 문학에 관심이 많은 분들을 위하여 정민 교수가 쓴 <정민 선생님이 들려주는 한시 이야기>를 소개한다. 우리 현대인들은 한학을 공부하는 몇 사람을 빼고는 한시를 읽고 즐길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 그래서 우리는 정민 교수 같은 사람이 풀이를 해 주는 도움을 받아서 한시를 읽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한시는 동아시아와 우리나라의 중요한 문화유산 중의 하나다. 한시라고 해서 모두 봉건지주와 양반들의 정서를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한시 한 두 구절을 외어두었다가 때때로 써먹는 것도 그리 나쁜 일은 아닐 것이다.

네 번째로 소개할 책은 노동자라면 누구나 읽어야 할 ‘고전 중의 고전, 노동자의 성경’ <공산당 선언>을 황광우씨가 해설한 책 <레즈를 위하여>이다. 황광우씨는 학자가 아니다. 그는 ‘사회주의의 전도사’로 알려질 만큼 훌륭한 선전가이자, 노동교육 강사다. 그래서 그의 글은 바로 그의 말처럼 쉽고 재미있다. 또한 현실적이고 생생하다. 1848년에 발표된 공산당 선언을 오늘의 한국 현실에 비추어 다시 읽고 해설하는데 <레즈를 위하여>만큼 성공한 경우는 없다.

20여년 전 나는 여러 명의 노동청년들과 함께 학습모임을 하였다. 우리는 여러 가지 책도 읽고 토론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당시로서는 구하기 힘든 <공산당 선언>을 함께 읽었다. 우리 멤버 중의 한 사람이 소감을 말했다. “지금까지 공연히 너무 많은 책을 읽었다.” 그만큼 모든 현대의 진보사상은 <공산당 선언>으로부터 비롯된 것이고, <공산당 선언>만큼 압축적이고 명료한 사상의 결정체는 달리 없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책들을 이미 다 읽어버린 분들을 위해서 한권의 책을 소개한다. 정치학자 박동천씨가 쓴 <선거제도와 정치적 상상력>이다. 선거제도는 시시때때로 정치적 쟁점이 되고 있다. 소선거구제냐 중대선거구제냐, 또는 비례대표를 확대하느냐 줄이느냐, 쉬운 것 같으면서도 얘기를 듣다보면 복잡하기 짝이 없다. 그래서 한 번쯤은 선거제도에 대한 기본개념을 잡아둘 필요가 있다. 박동천씨는 다수대표제와 비례대표제라는 두 개의 기본 개념으로부터 출발하여 여러 가지 선거제도들을 잘 설명하고 있다. 박동천씨의 책을 한번쯤 읽어두는 것은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