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외환위기를 계기로 국제금융계의 중요 의제로 떠올랐던 국제통화기금(IMF)의 개혁문제가 26∼28일 체코 프라하에서 열리는 제55차 IMF·세계은행(IBRD) 연차총회에서 IMF와 비판론자들의 시각을 적당히 미봉하는 수준에서 종결될 전망이다.

호르스트 쾰러 IMF총재는 26일 ‘국제금융시스템의 구조와 IMF개혁’이라는 보고서에서 “구제금융을 지원하는 대가로 제시되는 IMF의 이행조건을 합리적으로 고치기 위한 노력이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에 극도의 재정긴축과 고금리정책을 이행조건으로 요구해 국제적으로 비판받았던 점을 뒤늦게 받아들인 것이다.

당시 하버드대 국제발전연구소(HIID) 제프리 삭스소장은 “IMF는 아시아국가들에 전혀 필요하지 않은 가혹한 이행조건을 요구하고 있다”며 “국제통화기금은 국제통화 실패”라고 혹독하게 비판했다.

쾰러총재는 또 “외환위기가 닥쳤을 땐 민간투자자들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앞으로 외환위기의 가능성이 있는 국가들이 민간투자자들에 대한 채무변제 정지를 선언하더라도 IMF의 자금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아시아 위기 당시 IMF가 위기의 주요 원인을 해당 국가의 잘못으로만 돌리던 때와 비교하면 국제투기자본(핫머니)을 포함한 민간투자의 중요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IMF는 여러 학자들에 의해 지적돼온 운영의 비민주성, 관료주의 등을 개혁하겠다는 약속에 대해서는 미적거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일부 학자들은 IMF폐지를 주장했을 정도로 IMF개혁은 국제적으로 시급한 과제로 인식됐다. IMF도 이같은 지적을 의식, 한때 세계은행과의 합병을 포함한 다양한 형태의 개혁안을 검토했었다.

그러나 그 모든 개혁안은 쾰러총재의 말처럼 ‘영원한 과제’로 넘겨지고 아시아위기가 발생한 지 3년이 지난 현재까지 논의만 무성한 채 원점을 맴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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