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아내릴 듯 뜨거운 폭염이 지독한 여름이다. 특히 대도시들은 지금 열대야를 넘어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냉방시설 등에서 뿜어내는 열기가 만드는 ‘열섬’ 현상 때문에 ‘밤이 무섭다’고 난리다. 이 뜨거운 밤에 단연 주목받는 영화장르는 더운 열기를 오싹하게 식혀 줄 호러(공포)다.

감히 말 하건데 올해 여름 시즌에 개봉되는 호러물은 주목할 만한 작품이 별로 없는 듯 하다. 과거 <여고괴담> 1,2편이나, <장화홍련>, <4인용식탁> 등 그 해마다 출중한 작품들이 보였는데 올해는 그 아류들만 스쳐 지나고 있다.

그런데 영화사 ‘봄’이 2년 만에 호러장르를 선택해 아시아 3개국 프로젝트 <쓰리>의 두 번째 작품을 선보였다. <올드보이>의 박찬욱, <착신아리>의 미이케 다카시, <메이드인 홍콩>의 프루투 챈. 이렇게 한국, 일본, 홍콩의 재능 있는 대표 감독 3명이 모여 만든 <쓰리, 몬스터>가 지난 3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모습을 드러냈다.

증오, 질투, 탐욕…3색 인간욕망의 해부

<쓰리. 몬스터>는 ‘컷 Cut’,‘박스 Box’,‘만두Dumplings’ 등 3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돼 있다. 박찬욱 복수극 시리즈의 특징은 ‘하드고어(Hard Gore)’다. '컷'은 그가 만든 첫 공포영화인데 말해 무엇 하랴.

섬뜩하고 잔혹한 장면들이 그동안의 영화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못할 것이 없어서 극단적인 설정을 훌륭히 소화해 낸 배우들의 연기가 두드러진다.



한정된 세트에서 등장인물 3명의 내면 연기로 모든 것을 이끌어가야 하는 연극적 설정은 기존 공포영화들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표현주의적인 ‘그로테스크’한 스타일을 창조해 낸다. 그렇지만 그 속에서도 ‘박찬욱표 잔혹유머’는 여전히 건재하다.

능력있고, 부유하고, 잘생기고, 착하기까지 한 인기 영화감독 유지호(이병헌 분)의 집에 괴한(임원희)가 침입한다. 그는 유지호에게 자기가 데려온 어린 아이를 죽이지 않으면 피아니스트인 유지호의 아내(강혜정)의 손가락을 5분마다 하나씩 자르겠다고 한다. 악당은 말한다.

“워디까지 착한지 함 보잔 말이유.. 지말은..” 그러자 선한 인간이던 유지호도 밑바닥에 있던 자신의 악마적 본성을 드러내는데... 여기서 주인공 유지호 감독의 이름에 얽힌 비밀 하나. 유지호는 평소 동료감독인 유승완, 김지운, 봉준호 이름을 조합해서 만든 이름이라나?

미이케 다카시 감독의 ‘박스’는 ‘컷’과는 다르게 매우 정적이고 몽환적인 ‘판타지 공포’를 표방하고 있다. 서커스 단원인 쌍둥이자매 교코와 쇼코는 의붓 아버지 히키타(와타베 아츠로)와 유랑을 한다. 히키타를 사랑하는 동생 교코는 언니가 그의 사랑을 독차지하자 의도치 않는 사고로 언니를 죽게 만들고, 이 때부터 시대와 공간을 넘나드는 질투와 애증이 펼쳐진다.

이 영화의 매력은 역시 하얀 눈밭과 차갑고 적막한 서커스극단 세트가 보여주는 몽환적 분위기다. 공포영화도 감성적일 수 있다는 것을 이 영화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세 번째 영화 푸루트 챈의 ‘만두’는 그야말로 단단히 각오를 하고 봐야할 영화.

먹으면 늙지 않는, 오히려 젊어지는 만두에 얽힌 비밀. 과거 잘 나가는 배우였던 칭(양천화)은 남편(양가휘)의 사랑을 되찾고 싶어서 이 만두를 먹게 되는데, 점점 탐욕스럽게 집착하는 이 만두의 자료라는 것이… 기괴한 만두를 파는 가게는 허름하고 음산한 실내장식과 수다스럽지만 뭔가 베일에 싸여 있는 주인 메이의 분위기로 더욱더 호기심을 증폭시킨다.

만두 속 재료를 알고 난 후 마지막 장면을 접했을 때 소름이란… 순간, 당신의 시각과 청각을 원망하게 될 것이다. 20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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