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조종사노조가 2일 쟁의행위를 가결시키자 언론은 또 시작했다. 연봉 1억원을 받는 조종사노조가 1천만원 가량을 더 올리기 위해 파업하려고 한다고 말이다.

그래도 대한항공조종사노조는 언론에서 관심이라도 가져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얼마 전 연봉 1,500만원 가량을 받는 환경미화원들이 임금을 5.5% 인상하기 위해 장기파업까지 벌일 때 언론은 아예 관심도 없었다.

하지만 더 신기한 일은 전날 기업지배구조개선지원센터가 ‘10대 기업 등기이사의 평균연봉이 11억원’이라고 발표한 내용에 대한 언론의 문제의식은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등기이사의 연봉은 58억원으로 직원 평균 4,900만원의 119배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과연 등기이사들은 일반 직원들보다 119배의 일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고임금 노동자들의 파업’이라는 이유로 돌팔매질을 가장 많이 받은 현대차의 경우 등기이사의 평균연봉은 5억5천여만원으로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4,700만원의 11배 이상으로 계산됐다. 임원들이 먼저 자기의 임금을 삭감하고 노동자들에게 나눴다면 올해 파업은 더 빨리 끝나지 않았을까 상상해본다.

한 술 더 떠서 <매일경제>는 3일자 1면 ‘소비를 살리자’는 기사에서 “분배나 균형보다는 성장과 소비가 대접을 받는 사회풍토를 서둘러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의 제언을 인용해 “부자들이 마음 놓고 돈을 쓸 수 있는 사회적인 풍토를 조성해야 한다”고도 했다.

언론이 왜 등기이사들의 고임금에는 별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서 파업을 벌이는 노동자들의 고임금에는 흥분을 하는지 이해가 되는 순간이다. 부자들은 돈을 쓸테니 노동자들은 일만 하라, ‘분배’는 고임금 노동자들이 저임금 노동자들을 위해 임금을 삭감하는 방법을 동원해 노동자들 사이에서만 하라는 뜻이다. 등기이사의 임금을 노동자들과 나눌 경우 내수침체가 우려되나 보다.

출범 초기 분배를 강조했던 노무현 대통령이 종종 표출하는 고임금 노동자들에 대한 적대감이 요즘 들어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노 대통령과 정부, 기업들의 의식전환이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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