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부업 시장의 60% 이상을 장악하며 1위를 지키고 있는 APRO파이낸셜그룹(구 A&O그룹)이 계열사 가운데 하나인 A&O인터내셔널의 노조원 29명에 대해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파업 1개월째를 맞고 있는 A&O그룹노조(위원장 양근석)는 “이번 정리해고 해당자들이 모두 노조 집행부를 비롯한 조합원들 뿐”이라며 “회사는 정리해고 대상자가 아닌데도 조합원들에게 발표 전날 전화로 희망퇴직을 권유한 점, 또 평가기준조차 공개하지 않는 점 등을 미뤄볼 때 명백한 노조와해 목적의 정리해고”라고 주장하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APRO파이낸셜그룹은 올해 초 재일동포계인 J&K컨소시엄에서 일본계 A&O그룹을 인수해 재탄생한 그룹으로 그동안 대대적인 인력감축 등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해왔다.

이에 고용불안을 느낀 직원들이 핵심 계열사인 A&O인터네셔널을 중심으로 노조를 설립하자 그룹은 “노조로 인해 40% 수준의 연체율이 70%까지 육박했다”며 경영상의 이유를 들며 정리해고를 본격 단행했다.

ⓒ 매일노동뉴스 김미영 기자


대부업계 유일 노조, 그러나...

지난 2002년 대부업법의 시행으로 대부업이 양성화된 이후, 업계 최초이자 유일한 노조인 A&O그룹노조는 “대부업계 1위 업체인 APRO파이낸셜그룹의 노조탄압은 그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라며 회사를 ‘부당노동행위의 백화점’이라고 표현했다. 실제로 APRO그룹을 상대로 한 부당노동행위로 현재 계류 중인 사건만 30건이 넘는다.

이와 관련해 그룹 관계자는 “재일동포계 주주들은 노조에 불안감이 높다”며 “주주들이 ‘여차하면 철수하겠다’는 등 강성노조가 있는 한 투자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어 국내 경영진들이 높은 수준의 압박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손배가압류 등 공격적 노사정책 논란

노조는 “조합원들에 대한 회유와 협박은 이미 도를 넘어섰다”고 주장했다.

양근석 노조위원장은 “지난달 지점에 근무하던 임산부 5명(조합원)을 회사가 삼성동 채권센터로 발령내더니 ‘여기서(건물 지하) 근무하면 유산할 수 있다’며 그만 둘 것을 권유했다”고 밝혔다.

양 위원장은 이뿐 아니라 전국 각 지점을 폐쇄하고 서울로 업무분장을 실시한 회사에 대해 조합원들이 ‘거주지 이탈로 생계가 곤란한 상태’라며 이를 거부하자, “회사에서 한 여직원의 출근을 확인하고도 친척들에게 전화를 걸어 ‘행방을 찾을 수 없다’고 말해 어머니가 충격으로 실신하는 등의 사례 등이 속출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APRO그룹의 공격적 손배가압류도 논란이다. 그룹은 노조가 설립 이후 ‘근무시간에 노조 홍보를 했다’는 이유로 위원장 면직 등 징계를 시작으로 집행부 11명에 대해 업무방해 혐의로 1인당 1억1천만원을 비롯해 ‘전직명령 거부로 인한 업무방해’로 조합원들에게도 손배가압류 조치를 취했으며 최근에는 명동지점에서 노조홍보 활동을 한 조합원 4명에 대해 ‘불법침입 및 업무방해’ 혐의로 1인당 각 1천만원에 해당하는 손배가압류를 청구했다.

노조 쪽 노무사를 담당하고 있는 박영기 사무금융연맹 조직부장은 “인사조치에 해당하는 단순 사안에도 손배가압류를 취하는 사례는 지금까지 전무하다”며 “공격적 손배가압류가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우리 요구는 노조를 인정해달라는 것

진상선 노조 사무국장은 “고용안정과 임금저하를 막는 생존권 투쟁도 중요하지만 지금 우리가 싸우는 이유는 노조를 인정해달라는 기본적인 요구다”며 “대부업계 대부분의 고용형태는 파견직과 계약직으로, 노조는 꿈도 꾸기 힘들어 억울한 근로조건에도 참고 일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파업기간 동안 노조는 교섭권을 상급단체인 사무금융연맹으로 위임하고 교섭을 진행하고 있었으나 정리해고 단행으로 다시금 교착상태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이번 A&O그룹이 단협 체결에 성공할 경우 제3금융권으로 부각되고 있는 대부업계에서도 노조가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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