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국회가 개원된 지 두 달 가까이 지나고 있다.

299명의 국회의원 모두 감회가 새롭겠지만 진보정당의 첫 국회진출을 이룬 민주노동당 의원들에게 그 감회는 더하지 않을까.

“부자에게 세금을, 서민에게 복지를!”

민주노동당이 지난 총선에서 ‘뜬’ 캐치프레이즈다. 이 때 민주노동당은 ‘조세혁명-복지혁명-완전고용’이란 파격적인(?) 공약을 내놨다. 더 들어가 보면 ‘무상의료·무상보육·무상교육’이란 말이 눈에 쏙 들어온다. ‘복지혁명’의 핵심 키워드인 듯 싶다.

이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최전선에 뛰어든 이가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를 맡은 현애자 의원(43). 지난 7일 상임위에서 첫 신고식을 막 치르고 이제 국정감사를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현 의원을 지난 21일 의원회관 802호에서 만났다.


ⓒ 매일노동뉴스 연윤정 기자
“보건복지위, 잘한 선택”

“처음부터 보건복지위를 지원했던 것은 아니에요. 알다시피 저는 전국여성농민회(전여농) 출신이잖아요. 당연히 지원 1순위는 농림해양수산위원회였죠. 농산물 시장개방이 밀려오면서 농민의 생존권이 너무도 절박한 과제였거든요. 하지만 민주노동당 의원 10명은 전략상임위를 정했고 이 과정에서 농해수위는 강기갑 의원이 맡게 된 거죠.”

현 의원이 보건복지위를 맡게 된 ‘솔직한’ 이유였다. 하지만 그는 지난 의정활동 속에서 참 잘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한다.

“제가 농촌에서 농민으로서 살면서 불편했던 점들이 우리나라 복지정책이 부실하기 때문이란 걸 알게 됐지요. ‘부자에게 세금을, 서민에게 복지를’이란 약속을 가장 잘 실현할 수 있는 곳이 보건복지위잖아요.”

그렇기에 더욱 지난 상임위 활동에 대한 그의 평가는 냉정했다. 자신의 활동과 상임위 운영에 대해 만족할 수 없었다.

“복지분야를 중심으로 민주노동당 정책실현 과정에 있다는 데서 뿌듯했습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제대로 준비가 안 된 게 사실이에요. 지난 상임위는 보좌진과 함께 열심히 준비하긴 했지만 실전에서는 부족한 점이 많았어요. 배우는 자세로 임했습니다.”

“좋은 수업 치렀다”

그랬다. 현 의원은 지난 상임위에서 보건, 복지, 연금 문제 등을 두루 짚긴 했지만 ‘이거다’ 싶은 인상적인 기억을 남기지는 못했다. 게다가 애써 준비한 문항도 20명 의원 중 19번째로 질의순서가 배정되다보니 이미 다른 의원들이 지적한 ‘과거사’가 돼 질의내용에서 빼야했던 것도 많았다.

“상임위 활동을 막상 겪어보니 실망스럽더군요. 첫 상임위에 대한 긴장이 컸기 때문에 열심히 준비했지만 너무 형식적인 논의수준에 놀랐고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관행에 다시 놀랐죠. 좋은 수업을 치렀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약’이 된 상임위였다. 교섭단체 위주의 국회 관행을 창조적으로 돌파할 수 있는 ‘민주노동당식 의정활동’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끔 한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창조적으로 돌파하는 민주노동당식 의정활동이란 무엇일까.

“민주노동당은 복지공약으로 대표적으로 무상의료를 제시했습니다. 그러자면 조세개혁이 반드시 뒤따라야 해요. 그러나 단박에 되긴 어렵겠죠. 의료공공성을 확보하도록 하면서 실현가능한 방안을 마련할 겁니다. 이를 위해서는 당과 의원실, 시민사회단체의 ‘삼각 네트워크’가 제기능을 발휘해야 해요.”

그러나 아직은 미흡하다고 고백한다. 당의 복지정책이 아직은 구체적이지 못하고, 개인적으로는 보건·복지분야가 워낙 방대해 따로 시간을 내 공부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는 당의 의제를 재검토하면서 중장기적인 중심의제를 만들려고 준비 중입니다. 저는 당이 가고자하는 기치가 한 단계 높은 정책으로 업그레이드 되도록 기여하고 싶어요.”



‘제2라운드’ 국정감사 준비 박차

아직은 전반적으로 부족하다던 그는 당초 민주노동당이 노동·농민·시민사회와 함께 구성하겠다는 ‘개혁과제 네트워크’는 차근차근 과정을 밟아나가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지금은 분야별로 정책팀들이 만들어지고 있는 중입니다. 이미 합의한 곳도 있고 구성 중인 곳도 있어요. 사회복지단체들도 거의 만나봤어요. 당의 복지공약 실현을 위해 이들과 함께 정책을 짤 계획입니다.”

또 그는 노동자·농민·서민의 이익을 위한 연대도 강조했다. 그는 “기득권 일변도의 보수적 이해집단하고는 처음부터 선이 그어져 있지만 보건복지분야는 노동자·농민·서민의 삶의 이해가 큰 만큼 여야 가리지 않고 합의할 수 있는 점이 있다면 점진적인 걸음도 걸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임위라는 한 고비를 넘고 나니 이제 국정감사가 얼마 남지 않았다. ‘수업을 마친’ 현 의원은 본격적인 ‘제2라운드’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 확실히 그의 각오는 남달라 보였다.

“지금 10명의 의원과 당에서도 준비하고 있어요. 의원단 회의에서는 의원 배출 전에 했던 진보국감과는 분명히 달라야 한다고 각오를 다지고 있죠. 그래서 의제설정이 중요하지요. 과거 국정감사는 폭로나 공격하는 방식이 주를 이뤘다면 우리는 우리 방식의 국정감사 방향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폐업병원의 공공의료기관화’ 등 입법안 준비

이를 위해 현 의원은 그동안의 당의 정책조정실과 의원실의 고민을 나누며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내겠다고 밝혔다. ‘개혁과제 네트워크’ 역할도 빠질 수 없다.

이와 함께 개인적으로 그는 의료공공성에 관심을 표명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최대 현안이 될 국민연금이나 식품안전 문제도 다루겠지만 공공의료를 확충하기 위한 보건의료분야에 집중할 계획임을 밝혔다.

아직은 구체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준비하는 입법안에서 그의 고민이 엿보인다. 17대 국회 들어와서 여야의원은 너나 할 것 없이 입법안을 쏟아내고 있는 실정이다. 현 의원은 최근 장애인이동권연대가 준비한 ‘장애인이동보장법안’을 17명의 의원들과 함께 발의한 바 있으나 아직 독자적인 입법안을 내진 않았다.

“7월말까지 정기국회에서 제기할 중심의제를 정리해서 이를 바탕으로 입법안을 준비하려고 합니다. ‘폐업병원의 공공의료기관화’, ‘식품안전기본법’ 등의 법제화와 일반 사회복지 분야에서도 몇 가지 제·개정안을 준비 중입니다.”

최대 현안인 국민연금 문제에 대한 대안은 어떻게 마련하고 있을 지 궁금했다.

“이 문제는 당 차원에서 내부에 TFT를 꾸려 방안 마련에 주력하고 있어요. 현재 제출된 정부안을 폐기하고 재정추계년도인 2008년까지 근본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봅니다.”

부드러움 속의 강한 성품의 소유자

현 의원의 첫인상은 무척 강한 편이다. 그러나 그를 만나 본 사람이라면 참 부드러운 성품을 지녔다는 걸 금새 알 수 있다. 이는 한편으로는 의정활동을 하면서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예컨대 그는 진보정당 의원으로서 선이 굵지 못하다는 지적도 있다.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겠네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제가 아직 이 분야에 대해 부족하기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저 알고 보면 싸움 잘해요.(웃음) 출마 전 제 전공분야(?)였던 여성농민 문제가 나오면 사람이 달라진다고들 했으니까요.”
일부러 강해보일 필요는 없겠지만 진보정당 의원으로서 자신 있으니 걱정 말란 소리로 들린다.

그래서인가 국회 안팎을 떠들썩하게 했던 현 의원이 장애인이동권연대 회원들과 함께 입법청원을 위해 국회에 들어가려다가 경찰에 의해 저지된 사건에 대해서도 당사자인 그의 대처방법은 부드러워 보이면서도 강한 무엇이 있다.

“주변에서들 당사자는 왜 가만히 있냐는 소리를 듣기도 했어요. 하지만 그 문제는 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대응하기로 했고 저 역시 그에 맞춰 대응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저는 당시 장애인들이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고 해서 그 자리를 떠나선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공권력에 의해 국회의원의 권리가 침해당하는 것보다 그들의 인권을 지켜내는 게 더 중요하다고 봤으니까요.”

현재 제주도에서 하우스 채소농사를 짓는 그는 여느 농민과 다를 바 없이 엄청난 부채를 떠안고 있다. 그래도 현 의원은 지금도 농민이고 앞으로도 농민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때문에 여성농민의 복지향상을 위해서도 최선을 다할 것이란 각오도 빠트리지 않았다.

이 같은 정체성을 지키며 “인간답게 살기 위해 사회참여와 생활안정을 보장하는 것이 사회복지”라는 확신 속에 국회의원으로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농민대중과 민주노동당에 약속한 진보정당의 정치인의 길이라고 그는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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