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된 노후시설 '화약고'…최근들어 안전사고 빈발


5월23일 LG화학 ABS공정, 작업자 네명이 냉동기 파이프를 여는 순간 암모니아가스가 분출, 가스에 이들의 안면이 노출되어 직원 중 송형춘씨가 경우 호흡기까지 손상을 입었다. 송씨는 광주 전남대병원 후송 치료를 받다가 다시 서울 한강 성심병원으로 옮겨 입원치료중이다. 1월5일 금강석고보드 화재사건에 이은 사고였다.

여천산업단지의 환경, 안전사고 발생은 숫자를 헤아리기가 어려울 정도로 빈번하게 일어났다. 70년대 중반 호남정유 대형화재, 86년 대성메탄올 폭발, 89년 십여명의 인명을 앗아간 LG화학 ABS공정 폭발사고, 그리고 화인케미칼 폭시겐 누출사고 등 대형사고만도 손으로 꼽기 어려울 정도다.

1967년 산업단지 착공이후 발생한 큼직한 환경, 안전사고를 통계로 보면 70년대 7건에서 80년대 33건(70년대 대비 4.7배), 90년대 103건으로(14.17배) 증가해왔다. 지난 98년이후 2년동안에만 34건의 사고가 발생 7명이 사망하고, 부상 18명, 재산피해 32억에 이르고 있어 80년대 10년간 발생건수보다 많은 사고를 기록하고 있다. 시설이 노화되면서 안전사고 발생빈도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여수시 환경특위 서완석 위원장은 "대기, 수질은 영산강관리청이 소음, 토양, 지정폐기물(폭발등의 위험을 갖고 있는 물질에서 발생하는 폐기물) 등은 여수시가 관리하다 보니 종합적이고 신속한 대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이원화된 관리체계를 원인으로 꼽고 있다.

*여천산단 산업환경, 이미 위험수위
여천산업단지에서는 하루 7만여 톤의 공장폐수가 광양만으로 흘러들고 있다.

기업들은 중금속을 포함 유해화학 오염물질과 질소, 인 등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고 폐수와 함께 방류되고 있는 실정이다. 98년 8월 제일모직(주) 폐수방류사고 후 환경영향평가조사 결과 공장인근하천(남수천)에서 에틸벤젠과 스티렌모노머가 검출됐다. 스티렌모너머는 국제암연구에서 DDT, 납과 동등한 수준의 독성을 갖고 있고 염색체 이상이 증가하는 독성의 물질로 분류한 물질이다.

또 지난해 남해화학 폐석고 야적장에서 흘러내린 폐수는 법적 규제치 보다 훨씬 높은 총질소(N), 총인(P)을 그대로 배출했으며, '이타이이타이 병'과 암을 유발하는 독성 물질 카드뮴도 규제치의 7배 이상이 검출됐다.

뿐만아니라 여천산업단지는 내 송유관, 공업용수관, 화학원료 이송관 등 1,650㎞에 이르는 각종 위험시설물이 거미줄처럼 설치돼 있는데다 이들 시설이 노후돼 환경, 안전사고의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

대기오염도 심각한 수준이다. 96년도부터 이미 대기보존 특별지역으로 지정되어 배출대기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VOC시설 등 많은 시설이 개선되었지만 아직도 산업단지는 물론 주변지역까지 활화수소, 초산, 휘발성 유기화학물질 등에 의한 악취가 항상 발생되고 있다.

특히 심각한 위해물질인 1.3 부타디엔, 톨루엔, 사염화탄소, 벤젠과 같은 휘발성 유기오염물질 배출되고 있으나 대기보존을 위한 각 공장의 배출대기 총량 규제는 실시되지 않고 있으며 대기 오염물질 발생총량을 감소시키기 위한 시설투자, 각 공장에서 발생되는 휘발성 유기오염물질(VOC) 악취유형을 규명 및 공개 등 오염물질 배출에 대한 예방 및 규제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밀집된 노후시설, 연쇄폭발 및 대형사고 가능성 높다

여천산단은 석유화학 관련 공장이 밀집되어 있어 시설을 적절히 보수 또는 관리하지 못해 사고가 발생하면, 인근 공장까지 연쇄사고가 발생 가능성이 매우 높다.

지난해 여수시의회 환경특위가 드라이 아이스를 생산하는 한국탄산(주) 저장탱크 밸브 노후로 암모니아와 탄산가스가 누출되고 있는 사실을 발견, 노후된 밸브와 탱크 파이프 라인을 교체 한 일이있다. 한화종합화학(주)에서는 가성소다 이송관이 부식되어 가성소다가 유출되어 지하 이송배관의 사용을 중지시키기도 했다.

이런 일련의 사건은 여천산업단지의 낡은 시설에 대한 적절한 교체가 이루어지지 않을 뿐만아니라 관리감독이 소홀했음을 보여주었던 사례이다. 특위의 활동결과 조사대상 25개 공장 중 18개 공장이 사고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발표는 여수시민들에게 충격을 던져주었다.

지난해 11월24일 LG화학 VCM(염화비닐)제조공장 폭발로 작업자 여무영씨가 사망한(본보보도) 사건은 사태의 심각성에 비하면 차라리 경계경보 수준이라고 봐야할 것이다. 유독성 물질을 비롯 고압 사용시 폭발사고, 유독가스유출 위험성 등 대형사고 우려에 대해 보다 체계적인 안전점검은 물론 입지선정까지 검토하는 등 다각적이고 종합적인 사고 방지책이 수립되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 환경안전시설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 필요성 제기

여천산업단지의 환경, 안전문제에 대책을 한마디로 언급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최근들어서는 노동계의 적극적인 관심과 대책활동의 중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1만2천여명 이상의 상용직 노동자들이 근무하고 있고, 공단 특성상 이들 노동자들은 대부분 위험성이 높은 화학약품들을 취급하고 있다. 이들 노동자들에게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일터를 보장하는 것은 시급한 문제다.

여수환경운동연합 박계성 사무국장(38세)은 "노동자들은 안전사고 대형사고의 가장 일차적인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있으며 따라서 환경, 안전문제는 노동자들의 생존이 걸린 문제이다. 노동자들이 회사측에 환경안전시설 등에 대한 적극적 투자를 요구해야 한다. 여천산업단지 내 안전사고의 가장 큰 피해 당사자는 바로 그들 노동자들이기 때문이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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