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금융 노사간 임단협 타결 소식이 발표되자 금융노조(위원장 직무대행 양병민)는 “올해 산별교섭의 최대성과는 비정규직 처우개선”이라며 “비정규직 조항이 임단협 논의대상이 된 것만으로도 획기적인 성과”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당사자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기대에 못 미친 합의”라는 불만과 함께 “여전히 생색내기용 선언에 그쳤다”는 냉담한 반응도 나타내고 있다.

금융노사는 올해 처음 비정규직 관련 문제를 놓고 협상한 결과 △임금인상률 정규직의 2배 적용(정규직 3.8%, 비정규직 7.6%)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제 도입(3년 이내 99년 6월 수준으로 비정규직 규모 축소) 등에 합의했다.

이에 대해 노조 관계자는 “비록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올해 처음으로 비정규직 관련 조항을 임단협에서 논의함으로써 이후 지속적으로 비정규직의 근로조건 등을 노조 차원에서 제기하고 개선해 나갈 단초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노조 홈페이지 ‘비정규직 게시판’에는 합의안에 대한 비정규직들의 불만들이 쏟아졌다.

불만의 주된 내용은 정규직과 수천만원의 연봉 차이가 나는 상황에서 당초 요구였던 정규직 임금의 85% 수준 목표가 크게 흔들렸고 임금인상률을 2배로 한다고 하더라도 절대적인 금액 차이가 상당한데다 비정규직의 규모 축소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없기 때문에 은행 쪽에서 결국 비정규직의 감원으로 비율 축소를 맞추려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산별합의에서 ‘정규직 전환’의 구체적 방안을 이후 지부별 논의사항으로 남겨둠으로써 실효성을 떨어뜨렸다는 지적이다.



자신을 비정규직이라고 밝힌 한 직원은 “3년 후 자동화시스템의 완전도입으로 단순 입출금업무와 같은 비정규직의 일자리는 없어질 것은 분명하다”며 “지금 도입되는 정규직 전환제도가 비정규직 비율을 낮추기 위한 해고 압력으로 이어져 고용조건이 더 악화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노조는 “보건, 금속 등 다른 산별노사의 합의 내용에 비해 진전된 안”이라고 강조하며 “은행 쪽 분위기로 봐서는 정규직 전환제를 악용할 의도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금융노조는 “앞으로 지부별 교섭을 통해 이같은 문제들을 보완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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