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발표한 2단계 기업·금융 구조조정 방안은 한마디로 회생 가능성있는 기업은 확실히 살리고, 죽일 기업은 과감히 퇴출시키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정부의 기본 방향은 새로운 내용은 아니지만, 일단 바람직한 것으로 평가된다.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는 시장의 불신이나 위기설 등의 근원은 바로 기업·금융 구조조정의 미진함에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이 제 구실을 못하는 것은 기업 부실 전가 때문으로, 이같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것이 핵심이다. 지금까지 파장이 두려워 퇴출시키지 못했던, 은행 돈만 축내는 부실 대기업들에 대해 과감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정부가 강조한 것은 늦게나마 문제의 본질을 파악한 것이라 다행스럽다.

1단계 구조조정이 부실 금융기관·기업의 정리에 중점을 두었다면 2단계는 금융기관의 기능 복원에 초점이 두어져야 한다. 40조원이라는 막대한 공적 자금 추가 조성을 국민들이 받아들인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정부의 실천의지가 관건이다. 지금까지 기업·금융기관 구조조정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 데는 경제외적 논리가 개입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퇴출기업 선정 및 집행 등에 있어 투명성과 공정성이 그 어느 때 보다 요구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기업의 사활을 좌우하는 ‘살생부’를 만드는 작업이라는 사실을 관계자들은 알아야 한다.

2단계 구조조정이 불가피하게 초래할 인력 및 조직 축소에 있어 이해 당사자들의 반발을 어떻게 처리하느냐도 문제다.

지난번 은행 파업과 같이 또다시 심각한 갈등상태에 빠지는 경우는 없어야 한다. 은행도 당장 눈앞의 이익에 집착해 부실기업 퇴출에 머뭇거린다면 함께 몰락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관련 법규나 제도 등을 얼마나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마련하느냐는 결국 정치권의 몫이라는 점은 재차 지적할 필요도 없다.

세계는 다시 우리를 주목하고 있다. 최근 잇따른 외국 금융기관들의 경고성 발언을 흘려 들어서는 안된다.

이번에도 구조조정에 성공하지 못하면 IMF 체제 진입 후 그나마 쌓아 온 공든 탑이 일시에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이번 구조조정에 있어 시기별 과제를 적시하고 점검과제를 비교적 자세히 밝혔다.

정부의 강한 의지가 엿보이지만, 그렇다고 일정에 발목이 잡혀서는 원하는 큰 그림을 그릴 수 없게 된다. 정부는 공적 자금을 추가 조성하면서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강조했다. 구조조정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원칙을 밝힌 이상 어떤 어려움도 극복한다는 각오를 새롭게 다져야한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