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최근 2차 금융 구조조정의 방향을 제시하면서 2차 은행 구조조정에 앞서 제2 금융권 부실의 조기 정리를 서둘러 경쟁력 없는 기관은 과감히 퇴출시키기로 했다.

은행은 우량 은행 간의 자발적 통합은 물론우량 은행과 공적자금 투입은행 간 통합도 강력히 유도해 연내 두 개 가량의 리딩 뱅크(선도은행)를 탄생시킬 계획이다. 따라서 우리 금융산업도 대형화 또는 전문화를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부의 이 같은 계획이 일정대로 추진하는 과정에서 금융권 안팎의 걸림돌도 적지 않다.

◆크거나 혹은 우량한 은행 중심으로 은행권 판도 재편된다=정부의 청사진대로라면 은행권의 경우 연내 두 개 가량의 대형 선도은행이 탄생하게 된다. 여기에 우량 은행 가운데 독자생존을 원하는 일부 중소형 시중은행과 지역금융 전담 지방은행, 외국은행 지점이 특화된 영업권을 갖고확실한 4각축을 형성하게 된다.

선도은행 후보로는 주택과 국민은행이 유력하다. 이들은 하나·한미은행 등에 공식, 비공식 통합제안을 해둔 상태다. 하나와 한미은행이 이미합병을 전제로 정보기술(IT) 부문에서 전략적 제휴를 맺고 있기 때문에이들을 묶을 경우 대형화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주택과 국민은행의 1대1 통합에 대해서는 덩치만 크지 통합의 실익은 없다며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현재로서는 가장 실현 가능성이 높은 경우가 공적자금 투입은행 가운데 독자생존이 어려운 일부 은행 간 지주회사 방식의 통합이다.

그러나 한빛과 조흥은행 등 대형 은행이 저마다 독자생존의 가능성을 주장하고 있어 정부 뜻대로 쉽게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이 경우 정부가 여전히 구조조정의 열쇠를 쥐고 있는 서울은행이 변수가 될 수도 있다. 독자생존까지는 힘에 부치는 만큼 충분한 공적자금을투입해 부실을 최소화시킨 뒤 선도은행군에 편입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제2 금융권은 전체 산업 규모 줄이되 전문성 강화 쪽으로 가닥=금감위는 제2 금융권에 대해 부실의 조기 정리를 통해 슬림화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급여력이 100%에 미달하는 10개 보험사(생보 8개·손보 2개사)의 경영정상화 계획 이행 실태를 점검해 적기 시정조치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대한생명에는 이미 투입한 2조5000억원 외에 지급여력 비율 100%가 충족되도록 1조5000억원 이상의 공적자금이 연내 투입되고 국내외 매각이재추진된다.

서울보증보험은 10월 중 공적자금을 투입해 정상화를 모색하되 경영개선약정 이행 실적을 분기별로 특별 점검해 전문성 강화를 지원할 방침이다.

대한과 한국투신은 과거 저축기관으로서의 이미지를 탈피해 투자 전문기관으로 특화하는 방향으로 확실히 가닥을 잡았다. 현대투신의 경우 자구계획이 연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퇴출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종금사는한스와 한국, 중앙종금 등 영업정지 4개사에 다음달 중 공적자금을 투입해 예금보험공사 자회사로 편입한 뒤 금융지주회사의 자회사로 묶는 방안이 유력하다. 궁극적으로 종금사는 은행 등으로 전환, 편입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신용금고는 우량 금고가 부실우려금고를 인수할 경우 공적자금을 지원하도록 해 지역별 대형 금고화를 유도함으로써 지역금융 전문기관으로 특화시킬 방침이다.

◆정부의 추가 지원 확대 여부가 금융 구조조정 성공의 관건=금감위는모든 대기업을 대상으로 다음달 중 채권은행을 통해 신용위험을 전면 점검한 뒤 이를 토대로 부실기업을 가려 퇴출시킬 방침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곧 조성하게 될 40조원 규모의 추가 공적자금 가운데기업 부실화로 인한 은행 추가 충당금 적립 지원용으로 2조원을 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 지원으로는 어림도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제2 금융권과 은행의 구조조정 일정이 정부 계획대로 연내 마무리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통합이나 퇴출 과정에서 해당 금융기관 노조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되는 데다 상당수 시중은행의 대주주가 외국인이기 때문에 이들을 설득하는 데도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기 때문이다.

우량과 비우량 금융기관이 구분되면서 예금의 과다한 이탈 등 부작용을 막기 위한 투자자 심리안정용 후속 대책도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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