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그룹은 결국 모기업인 쌍용양회의 최대주주를 양보하면서 그룹의 자금난을 해결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쌍용은 이로써 그룹의 자금난을 덜고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그러나 1998년까지만 해도 재계 서열 7위였던 쌍용은 주력 계열사였던 자동차. 증권. 제지. 정유를 매각한데 이어 양회까지 일본 회사와 공동 경영하게 됐다.

◇ 협상과정〓쌍용양회는 지난해 중반부터 미국과 유럽계 시멘트 회사와 전문 금융펀드에서 외자를 유치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그러다 올 초부터 일본으로 눈을 돌려 태평양시멘트를 파트너로 선택했다.

이는 아시아 시멘트 업체에 대한 구미 시멘트 메이저의 흡수. 합병 움직임에 공동 대응하고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어 한일간 시멘트 물류는 물론향후 북한의 시멘트 산업 진출에도 유리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쌍용 김석원 회장과 태평양시멘트 이마무라 가쯔스께(今村一輔)회장의 오랜 우정도 양사간 협력의 계기가 됐다.

태평양측이 쌍용양회의 주가가 1천7백원 수준인데도 주당 5천원에 출자하는 등 투자자로서 불리한 조건을 감수한 것은 쌍용의 계획대로 구조조정이 끝나면 연말에는 주가가 1만원대까지는 오를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쌍용측은 밝혔다.

양사는 92년 기술 분야, 94년에 경영 전반에 대한 교류협약을 체결해 협력관계를 유지해왔다.

◇ 쌍용양회의 향방〓양측은 일단 쌍용양회를 공동 경영하기로 했다.

그러나 태평양시멘트의 지분이 28%로 김석원 쌍용 회장 및 우호지분(21%에서 16.4%로 축소)보다 많아 앞으로 중요한 사안에 대한 결정은 태평양시멘트가 좌우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쌍용측은 앞으로 채권단이 2천억원의 채권을 출자전환하면 우호지 분으로 분류돼 쌍용측 지분이 태평양시멘트보다 많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태평양시멘트 입장에서는 쌍용양회가 생산한 시멘트의 상당 부분을 한국시장에서 팔기 위해서도 쌍용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어 공동 경영이 유리하다고 판단했으리란 업계의 분석이다.

◇ 쌍용의 구조조정〓쌍용그룹은 쌍용정보통신 지분(67.4%, 3백64만주)매각 협상도 조만간 매듭지어 7천억원의 자금을 추가로 마련할 계획이다. 97년부터 구조조정에 나선 쌍용그룹은 지난해까지 제지.증권.정유 등 계열사와 쌍용양회 공장부지 등 자산을 매각해 1조3천8백85억원을 마련했다.

또 쌍용양회 등 5개 계열사의 유상증자를 통해 4천8백19억원을 조달했다. 올 들어서도 용평리조트 영업권 양도 등을 통해 5천억원을 마련한데 이어 이번 외자유치로 3천7백억원이 추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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