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조직이건 구성 조직들간, 구성원들간 이해관계가 얽혀 갈등을 빚지 않는 곳이 없지만 최근 건설산업연맹의 ‘갈등’은 조직 내 심각한 진통을 수반함과 동시에 앞으로 노동조합 조직형태를 둘러싼 ‘만만찮은’ 과제를 던지고 있다.

실제 활동 중인 기업노조의 절반 이상인 21곳이 탈퇴의사를 표명하기까지 갈등의 핵심 원인은 건설현장 일용직들로 조직된 지역건설노조들의 ‘현장사업’과 건설업체 사무직으로 조직된 기업노조 활동이 상충된다는 것.

‘현장사업’은 원청업체와 임금·단체협약을 체결하는 것은 물론 건설현장에서 근로기준법·산업안전보건법 등이 지켜지지 않을 때 관리책임자들을 고소고발하는 형태로 진행됐는데, 이 때 지역건설노조로부터 고소고발 당하는 관리책임자가 대개 기업노조 조합원이었던 것이다.

기업노조들로서는 자신들의 조합원이 지역건설노조 입장에서는 ‘사용자’ 지위에 놓이게 되면서 지역건설노조 활동에 따라 자신의 조합원이 불이익을 겪게 되기 때문에 ‘마뜩찮은’ 심정이었다.

이런 과정에서 감정이 쌓이고 조직적인 해결책을 찾기 어려운 과정들을 거치면서 일부 기업노조가 ‘연맹 탈퇴의사’를 표명했다.

하지만 문제는 연맹에서 탈퇴하는 것만으로 그동안의 불만이 다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굳이 ‘1산업 1노조’, ‘노동자 대단결’ 등의 대의를 끌어들이지 않더라도 자신들의 노조 활동이 다른 노조의 활동으로 ‘침해’ 받는다고 여기는 근본원인은 치유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시기 핵심고민은 건설경기 침체 등으로 건설업계 구조조정이 뻔히 예상되고 일정 업무의 아웃소싱과 비정규직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건설산업 노동자들의 노조 조직형태를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에 집약돼야 한다고 보여진다.

지난 2000년 8월 결성된 타워크레인노조가 좋은 예다. 당초 타워크레인기사들은 원청 건설업체 중기사업본부 등에 소속돼 있었는데 IMF 경제위기 때 업체들이 ‘감량경영’에 들어가면서 억대를 호가하는 타워크레인을 직접 보유하지 않고 임대업체로 넘겼다.

자연 타워크레인기사들은 임대업체 소속으로 전환됐고, 적지 않은 수는 이후 임대업체가 공사현장에 타워를 임대해 주는 기간동안만 계약을 하는 비정규직으로 전락했다.

심지어 불법 소사장제를 통해 타워기사들을 공급받는 간접고용화 현상까지도 발생한다. 잘 알려져 있듯이 레미콘운송기사들은 법상 노동자성도 인정받지 못하는 특수고용형태 노동자이다.

앞으로 건설산업에서 이런 형태의 노동자 집단이 늘어날 수밖에 없고 자연 노조 조직으로 이어질 경우 제2의 기업노조와 지역노조간의 갈등이 재현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따라서 복잡한 다단계 하도급 구조가 만연한 건설산업에서 더욱 더 다양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고용형태와 노조 조직형태 등을 충분히 감안한 조직발전 전망이 모색되기를 기대한다. 그것이 통합 건설연맹의 진정한 통합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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