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노동자들의 산재로 인한 죽음의 행렬이 언제쯤 멈출 수 있을까.

최근 산재사망 관련 기사를 보면 비정규노동자들의 산재사망이 거침없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다. 가장 최근 발생한 지난 5일 STX조선과 기아차의 산재사망자 모두 비정규노동자였다.

STX조선에서는 15미터 높이의 크레인 보수작업을 하다가, 기아차에서는 공조기 물빼기 청소작업을 하다가 공교롭게도 모두 감전사를 당했다.

두 사업장 모두 불과 한두 달 전 비정규노동자의 산재사망 사고가 있었다는 점에서 역시 공통점을 보이고 있다. STX조선에서는 지난 5월초 이틀새 두 명의 비정규노동자가 폭발사고와 압착사고로 사망했으며, 지난 4월 기아차 화성공장에서 이아무개씨가 역시 산재로 사망했다.
사람이 죽었지만 변한 게 없었던 것이다.

비정규노동자의 잇따른 산재사망에는 이유가 있어 보인다. 같은 사업장 내에서 비정규노동자는 위험하고 힘들고 더러운 작업을 하면서도 중대재해나 산재사망의 위험에 그만큼 쉽게 노출돼 있기 때문이란 주장이다.

그럼에도 원-하청 구조 속에서 산업안전관리 책임을 미루고 있어 이들은 산업안전관리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왔다. 특히 원청사는 하청업체에 산업안전 책임을 모두 미루고 보상은커녕 사후 안전조치 정비 등의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는다.

사망사고가 발생한 이후에도 비정규노동자는 차별받고 있다. 사업장에서는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열어 보상 등 사고 처리에 대한 논의를 하지만 정규직 노동자만 해당될 뿐 비정규노동자 또는 비정규노조는 해당사항이 아니다.

적극 주장을 펴고 싶어도 길이 막혀있는 것이다. 기아차사내하청노조 한 관계자는 “비정규노동자에게 중요한 것은 임금뿐만 아니라 안전 문제에서도 차별을 받지 않아야 한다”며 “비정규노동자는 산재에 무방비에 노출돼 있지만 마땅한 방법이 없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비정규노동자들의 죽음의 행렬을 막기 위해서는 비정규노동자를 인간으로 대접하고 그들의 목숨을 소중히 여기면서 산업안전에서의 차별을 없애는 것이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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