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파업 돌입 12일만에 한미은행 노조원들이 농성장을 한미은행 본점에서 여주 한국노총 연수원으로 옮겼다. 이로써 일부 좁혀졌던 노사 협상안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으며 파업은 장기화될 전망이다.

▶6일 새벽 상당한 의견접근 = 한미은행 노사는 6일 새벽까지 진행된 협상에서 임금 등 일부 사안에 대해 상당한 의견접근에 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파업의 명분에 해당하는 상장폐지 철회, 독립경영 보장 등에서 결국 합의에 실패, 사실상 협상은 결렬됐다.

협상 실무를 맡은 한 관계자는 “요구안이 크게 실리와 원칙 두 부분으로 구성됐다고 볼 수 있는데 실리 부분에서는 몇 개 조항을 빼고는 상당한 의견 접근이 이뤄졌다. 그러나 독립경영 등 원칙적 내용에서 전혀 의견이 좁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노조 간부들이) 돈 때문에 파업한 것처럼 비쳐지는 것에 대해 상당한 반발심이 있다”고 전했다.

6일 오전 공권력 투입이 임박함에 따라 노조는 최종 협상안을 사측에 제시, 6일 오후 1시까지 사쪽의 응답이 없자 농성장 이전을 결정하고 장기파업에 돌입했다.

ⓒ 매일노동뉴스 김미영 기자


▶금융노조 전체로 확산 = 이에 따라 한미은행 파업은 금융권 전체 문제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이날 한미은행 본점 주변에는 조흥 외환 제일 등 타 은행 인사·노무 담당 직원들이 속속 모여 사태의 추이를 지켜봤다. 한미은행 파업이 금융권 전체 공동단체협상에 미치는 영향을 체크하기 위해서였다.

한미은행 파업 해결에 집중했던 금융노조 간부들은 파업이 장기화됨에 따라 현재 정지된 산별 공단협을 다시 열어 협상을 이원화시킨다는 방침이다.

금융노조 한 관계자는 “한미은행의 장기 파업이 공단협 투쟁수위도 상당히 높여 놓았다”며 “사용자쪽이 공단협에서 상당한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 인사담당 관계자 역시 “애당초 수월한 타결은 기대하지 않았지만 한미 때문에 공단협이 더 꼬인 것 같다”며 “한미를 중심으로 금융노조와 은행 경영진이 팽팽한 한판 싸움을 벌일 것 같다”고 전망했다.

▶노사정 대응방향 = 한미은행 파업이 합법적인 장기파업으로 전화하면서 하영구 행장을 비롯한 한미은행 경영진은 앞으로 각계로부터 상당한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사측이 고려할 수 있는 대응방식은 최선의 경우 원만한 타결이겠지만 최악의 경우 직장폐쇄까지도 거론되고 있다. 그 중간에 직권중재 요청, 신규채용을 통한 거점점포 중심 영업 등도 고려 대상이지만 현재로서는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외국 기관이라 정부와의 합의만 거친다면 직장폐쇄까지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조금이라도 이성이 남아 있다면 그렇게 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신규채용을 통한 영업도 파업 직원들을 사지로 내모는 결과를 초래해 도덕적 부담감이 큰 만큼 쉽게 결정하지는 못할 것으로 주변에서는 바라보고 있다.

이에 노사간 대립이 극심한 만큼 제3자의 조정을 통해 해결책을 모색하지 않겠냐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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