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향후 상당기간 제조업의 발전에 승부를 걸 여지가 대단히 크다. 따라서 한국의 금융산업은 그 자체의 고부가가치성이나 수익성만을 잣대로 해서는 안된다. 제조업의 지속적 발전을 담보할 수 있는 금융시스템을 어떻게 디자인할 것인가를 중시해야 한다. 미국·영국식 금융시스템이 우려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자본시장을 중시하는 금융시스템에서는 제조업의 안정적인 발전을 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금융노조가 5개월 동안 준비해온 정책프로젝트, '한국금융산업의 대안적 비젼개발' 최종보고서가 나왔다. '앵글로 아메리칸형 금융개혁의 반성'이라는 부제에서 알수 있듯이 이 보고서는 영미식 신자유주의 색채가 만연한 현 경제개혁에 대한 우려와 대안적 모델로서의 독일, 스웨덴 등 라인형 자본주의에 대한 전면적 검토가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다음은 22일 오후 은행연합회관에서 이찬근 인천시립대 교수가 발표한 보고서 내용의 대강.

▷ 파국을 향해가는 한국경제 - 우리 경제는 신자유주의, 글로벌 스탠다드, 세계화, 초국적 자본의 위협 등 사면초가에 몰려 있다. 그런데 자본시장으로의 졸속 이행에 따른 은행권의 급격한 위축과 주요기업 및 금융기관의 해외매각 등 외자지배 심화와 대외추종형 경제정책으로 일관한 나머지 경제주권의 상실과 사회적 통합의 붕괴라는 심각한 상황에 빠져들고 있다.

▷ 신자유주의의 경제적 귀결은 한국의 중남미화 - 월스트리트의 기준을 적용할 때 한국에 투자적격기업이 얼마나 되겠는가? 대부분 도산하거나 외자지배체제에 들어가고 만다. 국내의 여유자본 마저 수익성과 안정성을 찾아 외국으로 빠져 나갈 것이다. 선진국들은 예외없이 무역 및 제조업에 대한 기반을 토대로 금융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영국의 예에서 보듯이 금융지상주의에 빠져 제조업을 소홀히 한 선진국들은 대열에서 낙오하고 있다.

▷ 90년대 각국의 외환금융위기는 무모한 자본자유화가 원인 - 금융기관의 과당경쟁으로 부동산 등을 중심으로 한 위험투자가 감행됨에 따라 위기가 초래됐다. 97년 태국, 말레이시아, 90년대 초 일본, 스웨덴 등이 그러했다. 주식시장은 안정적 자금원이 될 수 없으며 대기업 위주의 졸속적인 채권시장 이행은 중소기업을 죽이는 결과를 낳는다.

▷ 스웨덴과 독일로부터 배우자 - 유럽은 한국과 조건이 유사하다. 유럽 각국은 경제규모가 상대적으로 작고 외부의존도가 높아 수시로 외부충격을 받게 되므로 신속하게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체제를 필요로 했다. 이로 인해 노조가 국가발전의 주역으로서 큰 역할을 수행할 수 있었다. 독일과 스웨덴의 국가시스템은 노조와 사민당의 정책연대에 의해 만들어진 작품이다.
국내 학계에서는 자본시장의 글로벌한 통합에 따라 유럽 각국의 고유한 기업지배구조 및 노동시장관행이 영국형으로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지만, 이는 현장실사보다는 지나치게 문헌연구에 의존한 결과일 뿐이다. 금융노조의 유럽실사 결과 라인형 자본주의는 건재했다. 일부 변화가 없지 않으나, 이는 본질적인 차원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 은행 중심의 금융시스템 정비 - 한국의 상황에서 자본시장 중심으로의 이행은 시기상조이며 무리한 대형화·겸업화에 집착하기 보다는 소매 및 기업금융분야에서 4,5개의 리딩뱅크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은행을 모체로 자본시장을 육성하는 정책을 펴야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안정적인 거시경제 관리대책을 확보하고 초국적 자본과 관련, 신중한 외환자유화 정책을 펴나가야 한다. 노조의 경영참여 보장하는 지배구조의 민주는 필수.

▷ 노조의 역할 - 자본가, 경영자, 정치인과 달리 노조야말로 가장 장기적인 전망을 갖는 집단이다. 소속한 조직의 발전과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의 노조는 반드시 산별로 전환하여 국가엘리트와 자본의 장기적 전망결여 및 대외추수주의에 대한 대응세력을 자리매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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