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선일씨 사망 이후, 이라크 파병 문제가 시민사회운동의 최대 쟁점이 되면서 노조운동과 노사관계도 파병 논란의 중심지대로 들어서게 됐다.

민주노총은 이라크 파병 철회 등을 요구하며 29일 총력투쟁에 나섰고 30일, 다음달 1일, 7일 등 잇따른 투쟁 일정을 잡고 있다.

이 같은 민주노총의 행보를 두고 정부에서 우려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김대환 노동부 장관은 28일 기자브리핑을 통해 “파업의 목적에 근로조건 개선 이외에 파병 반대가 추가되면 그 파업은 경우에 따라 정치파업으로 변질돼 쟁의행위의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하게 된다”며 “임단협과 파병 문제의 연계방침을 철회할 것”을 노동계에 촉구했다.

그는 또 “파병철회가 (파업의) 주목적일 경우, (위법소지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표명했다.

즉, 노동계는 임단협 기간 동안 법에 맞게 임금과 근로조건에만 신경 쓰라는 의미다.

하지만 이러한 장관의 발언은 노동계의 파병 철회 투쟁을 보는 협소한 시야를 드러내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우선 노동조합, 특히 내셔널센터인 총연맹은 임금과 노동조건 향상만을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 아니다. 사회개혁과 정치 민주화, 남북화해, 세계평화 실현 등 민주노총 창립선언문에는 그들의 활동목표가 명확히 제시돼 있다.

이러한 정체성을 바탕에 두고 ‘전쟁으로 인한 생명과 평화의 위협’에 반대하고 있는 것이 노동계의 파병 철회 투쟁의 핵심 내용이다.

임단협 연계도 이유가 있다. 노동계의 목소리가 집중되는 시기가 임단협이다. 이 시기에 노동조합이 힘을 결집해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것은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와 맥을 같이 한다.

파업의 목적과는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다. 또한 우리 사회의 ‘비극’임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고 김선일씨 사건이 발생한 것이 불과 1주일 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맥락을 무시한 채, 노동계에 대해 임단협 시기라고 ‘임금인상에만 목소리를 키우라’고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책임있는 사회세력으로서 노동운동의 역할을 부인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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