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7일 발표된 노동부의 ‘조선업종 사내하도급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와 관련하여 금속산업연맹 조선분과가 전면 재조사를 요구하며 23일부터 청와대 앞 농성에 돌입한 가운데, 본지 28일자에 게재된 유한봉 노동부 사무관의 기고문에 대해 신동훈 금속산업연맹 조직부장이 반론문을 보내왔다.<편집자주>

금속산업연맹은 6월23일부터 청와대 앞에서 조선분과 사업장 노조 간부를 중심으로 ‘노동부의 기만적인 조선사업장 불법파견조사 항의 농성단’을 구성하여 노숙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그 이유는 지난 3월 실시한 노동부의 조선사업장 불법파견조사에 대한 항의와 이후 대책마련을 위한 것이다. 농성단은 노무현 대통령에게 면담을 요청했고 동시에 노동부에게도 농성단의 입장을 전달하고 책임자 면담을 통해 이후 대책을 논의할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노동부는 6월28일자 <매일노동뉴스>에 기고한 ‘사내하도급 점검에 대한 노동부의 입장’이라는 글을 통해 또다시 우리 노동자들을 기만하고 있다.

첫째, 노동부는 하청노동자의 차별해소를 위해 원청업체가 배려와 자율적인 개선 노력을 다해 줄 것을 협조해 달라고 당부하고 있는데, 문제는 원하청간의 차별이 사용자 쪽의 돈벌이와 노조탄압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기관으로서 노동부가 너무나 안이한 현실인식을 하고 있는 한 이러한 입장이 나올 수밖에 없다. 똑같은 노동을 하면서 원청노동자의 총액임금 50% 수준 정도를 받고 그마저 일거리가 없으면 해고돼야 하는 고용불안에 시달리면서 어렵게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지를 노동부는 아예 모르든지, 외면하고 있는 것 같다.

둘째, 이번 조사과정에서 계획수립, 실시 및 결과 등 단계별로 노사단체와 협의했다고 하는데, 도대체 누구와 협의하였다는 말인지 모르겠다.

지난 3월4일 노무현 대통령과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 등 청와대 간담회 자리에서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되었고 이에 대해 대통령의 지시로 불법파견조사가 이뤄졌다.
이후 노동부는 민주노총과 말 그대로 협의(?)를 하였다. 그러나 기고문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불법파견조사의 공정성과 법적인 문제를 이유로 현장조사는 정부기관이 맡기로 하고 민주노총과 금속연맹은 노조차원에서 협조를 했다.

즉, 이 조사를 위해 사전에 조사계획을 함께 수립하고 조사 후 분석 및 자료공유를 함께 하기로 약속했고 이러한 약속을 근거로 금속연맹 조선사업장은 노동부의 작업현장조사에 협조한 것이다.

그러나 실제 조사과정에서 조사관으로 나온 사람이 조선사업장에는 처음 온다는 사람이 대부분이었고 노조에 들러 인사를 하는둥마는둥 하다가 아무런 말도 없이 사라져 버린 것이 이번 조사과정이었다.
더구나 조사 후 노조를 다시 방문한다는 약속을 믿고 기다렸으나 오지 않고 가버렸으니 그 조사가 어떻게 이루어졌을지는 뻔한 것이 아닌가?

셋째, 불법파견 조사자료를 비밀로 하거나 공개를 거부한 적이 없다고 하는데, 언론에 발표한 문건을 두고 하는 말이라면 정부기관으로서의 노동부의 자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보도자료’가 아니지 않는가? 또한 ‘공공기관의정보공개에관한법률’을 이유로 들고 있는데, 법적 절차를 밟으라는 식이라면 불법파견 조사는 왜 하는가? 법만 만들어 놓고 법을 지키라고 허공에 대고 외치는 일이라면 정부가 무슨 필요가 있는가? 정부가 존재하는 이유는 이러한 불법을 적발하고 감시감독할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노사, 노정, 노사정 관계는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 서로 신뢰가 없으면 사회적 갈등을 풀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더구나 우리는 수차례 자료공개를 요구하였고 그때마다 노동부는 자료를 공개할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넷째, 불법파견에 대한 노동계의 제보와 신고를 요구하면서 아쉽게도 그러한 제보가 없다고 한다. 정말 노동부가 안타깝다.

제보를 기다린다면 불법파견 조사를 할 필요가 없다. 또한 사전에 협의를 하자고 한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이다. 공동조사팀을 구성하고 작업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불법파견에 대한 사전파악을 통해 불시에 적발하자는 것이 바로 우리의 제안이었다.

그런데 노동부는 거부하지 않았던가? 노동부 기고문은 불법파견에 대한 구체적인 진정이 있을 경우 진정사건 처리절차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말로 끝을 맺고 있다. 이러한 노동부를 믿고 누가 진정을 하겠는가? 하청노동자라면 오히려 그 때문에 신분이 드러나고 해고당할 것이 뻔하다.

정규직 노동자 역시 어려움이 많다. 회사쪽의 객관적인 자료 확보가 어렵고 원하청간의 종속적인 관계로 인해 만에 하나 원청에 의해 하청물량이 끊겨버렸을 때 그것을 책임지기도 어렵다.

노동부는 조선사업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불법파견에 대한 조사를 전면 재실시하고 그동안의 조사과정에 대한 잘못을 시인하고 책임자 문책 등 실질적인 보완책을 마련해 나갈 때만이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7~9월로 예정된 철강·화학 업종, 그리고 11월부터 내년 1월까지 진행될 전기·전자업종 등 노동부 조사일정에 있어서 민주노총 등과 협의하여 진행할 것을 다시 한번 당부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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