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의 태도가 어정쩡하다는 언론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한국일보>는 지난 19일자에서 “(행정수도 이전) 국민투표에 반대하면서도 대안은 제시하지 못했다”며 “초보의정 티 내나”고 비아냥 거렸다.

<연합뉴스>도 19일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해 “찬반 여론이 극명하게 나누어진 상황에서 (민주노동당의 주장은) 양비론의 한계를 넘지 못했고, 분명한 대안을 내놓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언론들의 이런 지적은 이미 당을 출입하는 기자들 사이에서 심심찮게 오가던 말들이었다.



당이 어정쩡한 양비론을 폈다는 언론들의 지적은 일면 타당하다. 민주노동당은 지난 9일부터 18일까지 2주에 걸쳐 3건의 논평을 내고 기자회견까지 열었지만, “국민투표에 찬성하냐 반대하냐”만 묻는 언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어정쩡한’ 소리를 했다. 입맛에 맞지 않으니 언론들의 눈에는 양비론으로 비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민주노동당은 처음부터 일관된 태도를 가지고 있었다.

‘행정수도 이전’ 발상 자체가 정략적이고 졸속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으므로 이를 국민투표에 붙이네 마네 하는 접근방식이 맞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국민들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공론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며, 보수 여야는 이를 정치적 이해타산에 따른 정쟁 도구로 사용하려는 시도를 중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이렇듯 소신과 주장을 분명하게 표시했다. 그럼에도 언론들은 어정쩡하다고 ‘매도’한다.

이는 언론들이 민주노동당을 독립정당으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보수정치판의 ‘거수기’나 ‘들러리’ 정도로 보고 있음을 방증한다. 언제나 열린우리당 편이냐 한나라당 편이냐, 둘 중 하나만 결정하라는 식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본 인식을 버리지 않는 한 언론들은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처럼, 진보정당의 독자적인 판단을 자신의 어설픈 잣대로 재단하는 오류에서 헤어 나오기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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