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다니다 보면 좋은 경치에 분위기 있는 곳을 많이 보게 된다. 설악의 기암괴석, 경포의 바다와 호수, 외도의 유람선과 해상공원 등… 하지만 어쩌다 만나게 되는 시골 5일장에 들르게 되면 지금껏 잘 느끼지 못했던 사람의 냄새를 맡게 된다. 아직도 이런 곳이 남아있다니… 그저 지나간 옛일로 치부했던 시골 장이 아직도 그들의 삶 속에 여전히 살아있다는 사실!



정선은 2, 7일장이다.(2, 7, 12, 17, 22, 27일) 동이 트기 바쁘게 여기저기서 천막을 치고 수레를 끌고 자리 잡느라고 부산하다. 산나물이며 생선이며 양말에 속옷, 먹거리들을 주~욱 늘어놓고 물건이 팔리기를 기다린다.
요즘엔 동네 사람보다도 외지인들이 이런 시골의 모습을 보기위해 많이들 온다. 자가용을 타고, 기차를 타고, 심지어는 단체관광으로 버스를 타고 오는 사람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정선장이 서울에서 버스를 맞춰서 올만큼 그렇게 매력있는 곳인가? 봄에는 달래, 냉이, 더덕, 두릅, 취나물 등 산나물을 살 수 있고, 여름에는 올갱이(다슬기), 옥수수, 무, 배추를 가을에는 고추, 마늘, 송이 등 농산물을 살 수가 있다.



농산물과 약초 위주였던 예전에 비해 요즘은 물건의 품목이 다양해졌다. 서울의 장에서는 보기 힘든 온갖 잡동사니들을 만날 수 있는 곳. 그곳이 바로 정선 장이다.

정선장의 매력은 판매되는 물건에 있는 것만은 아니다. 쉴 새 없이 가위질 해대는 엿장수, 솥뚜껑 엎어놓고 지져대는 수수부침개, 연신 건져내는 올챙이국수(채로 떠낼 때 생기는 모양이 올챙이와 같다고 해서), 콧등치기(메밀로 만든 국수 - 후루룩 하며 먹을 때 콧등을 친다고 해서), 곤드래 비빔밥(곤드래 나물을 넣어 만든 비빔밥), 황기백숙, 감자 옹심이 등 강원도라야만 느낄 수 있는 맛이다.

정선 장이라면 그 맛이 한층 더 깊어진다. 사실 올챙이국수와 콧등치기는 갖은 양념과 조미료로 맛나게 말아 주는 도회지 국수에 비해 더 맛있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곳 자연의 맛을 어찌 도회지 국수에 비하랴!!

정선장은 참으로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강원도의 깊은 골에서 벌채된 나무들이 아우라지에서 뗏목의 형태를 갖추게 되어 뗏꾼들에 의해 남한강 수운으로 서울로 가다 꼭 들르는 곳이 바로 정선이다.

또한 황기, 당귀, 천궁 등 약초들이 많이 나오는 정선이다 보니 약초꾼들 또한 이 곳 정선장의 주역이다. 이렇게 조금씩 커져 온 정선 장을 이젠 아이러니하게도 외지인들의 방문이 잦아지면서 그들에 의해 쇄락해 가는 다른 장들과는 다르게 정선장만큼은 굳건히 위상을 지켜 나가고 있는 것 같다.

정선군엔 정선장만큼은 아니더라도 아직 전통을 지켜가는 장들이 몇몇 더 있다. 여량장(1,6일장), 임계장(5,10일장), 동면장(3,8일장), 후평장(4,9일장) 등이 있다. 모처럼 주말에 정선엘 들렀는데 날짜가 맞지 않는다고 아쉬워하지 말고 좀 작더라도 나름대로의 특색 있는 주변 장들을 둘러 볼 수도 있다.

▶ 가는 길
자가용
o 영동고속도로 진부 I.C. → 59번 국도 남쪽 방향 → 나전 3거리 우회전 → 정선
o 중앙고속도로 제천(단양)I.C. → 38번(59번)국도 영월방향 → 31번 국도 평창방향 → 42번 국도 정선방향 → 정선

기차
o 서울 청량리 → 증산
o 각 지방역 → 제천역 → 청량리 발 기차 환승 → 증산

참고 사이트 : 정선군청 http://www.jeongseon.go.kr/JStour/index.html

이희오 한진관광노조 사무국장
leeheeo@kaltou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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