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의 코드는 인터넷의 발달과 함께 다양하고도 변화무쌍해 졌다.

3년 전 <슈렉>이 찾아왔을 때 디즈니사의 동화나 성경 원작에 충실한 애니메이션에 익숙하던 관객들은 그야말로 충격을 받았다.

생각치도 못한 일이었다. 본의는 아니었지만 초록괴물 슈렉이 어쩌다가 구출하게 된 피오나 공주는 개구리 풍선을 불어 터뜨리고 괴성을 지르며 <매트릭스>류의 발차기를 해대는 것은 전혀 처음 등장할 때의 ‘잠자는 숲 속의 미녀’ 캐릭터는 아니었다.

게다가 저주가 풀려 본모습으로 돌아온 그녀의 모습이란… 우리의 주인공 슈렉과 딱 어울릴만한 뚱뚱하고 못생긴 여인으로 변신하는 모습은 얼마나 유쾌한 최고의 해피엔딩인가 말이다.
그 때의 코드는 ‘엽기’였다.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엽기 동영상들이 흐르고 영화도 <엽기적인 그녀>가 대 히트를 치는 그런 때, 피오나 공주도 ‘엽기공주’로서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었다.

지금 한국 사회의 신드롬 중의 하나는 ‘얼짱’, ‘몸짱’ 등 외모에 집착 증세를 보이는 다른 코드가 일반화 되고 있다. 잘 생기고 예쁘면 어떤 분야에서든 색다른 타이틀을 가질 수 있다.



각본대로 피오나 공주를 구해서 행복하게 잘 살아야 할 잘생긴 백마 탄 왕자님인 프린세스 챠밍은 ‘자뻑’(자아도취) 환자에다 동화 속 왕자님들처럼 정의감에 공주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피오나 공주의 나라 ‘겁나먼 왕국’을 차지하기 위한 검은 음모를 가지고 접근한다.

게다가 그의 엄마인 요정대모에 의해 조정당하는 마마보이다. 요정대모의 캐릭터도 정말 재미있다. 동화 <신데렐라>에 나오는 마법 할머니처럼 등장해서는 <겁나 먼 왕국>을 자기 아들 프린세스 차밍에게 물려주기 위한 교활한 요정이 바로 그의 진실이다.

이번 <슈렉2>는 동화의 패러디뿐 아니라 전편에서보다 더 다양한 패러디를 선보인다. 슈렉과 피오나가 허니문 장면으로 써먹었던 <지상에서 영원으로>와 <반지의 제왕>을 비롯해 <스파이더맨>의 키스신까지 곳곳에 숨어있다.

또 다른 볼거리는 현실에 대한 패러디다. ‘겁나먼 왕국’에서 요정대모가 진행한 무도회는 분명 화려한 아카데미 시상의 풍자이며 이 왕국의 모습 자체가 헐리웃을 그대로 닮아 있다.

그러나 이 무도회에서의 주인공은 화려한 스타들이 아니라 슈렉을 따라온 돼지와 피노키오, 그리고 과자들이다. 그리고 안토니오 반데라쓰가 목소리를 연기한 ‘장화신은 고양이’ 캐릭터도 압권이다. 가면과 모자를 쓰고 쾌걸조로처럼 등장하지만 그의 무기는 칼도 이빨도 아닌 애처로운 눈빛이다.
꿈의 동산 헐리우드에서 동화를 파괴하는 캐릭터들의 모습들을 만나보자.

김경란 기자(eggs95@labo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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