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의 대세하락이 직접금융 조달창구를 사실상 봉쇄하며 기업 경영의 발목을 잡고 있다. 포드자동차의 대우자동차 인수 포기, 고유가 행진 등으로 최근 들어 주가 폭락세가 이어지자 기업들이 자금조달은 물론 유상증자나 보유주식 매각 등을 통한구조조정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주가폭락은 기업의 부채비율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 그동안 어렵사리 축소해 온 기업의 부채비율 개선 노력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주가폭락은 또 해외 대외신인도 추락을 동반하며 해외 자금조달, 플랜트 및 건설수주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주가 폭락세가 계속되고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경우 기업의 구조조정은 큰 난관에 봉착, 한국경제가 구조조정 지연에 따른 제2의 경제위기를 겪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H건설 관계자는 "건설경기 부진 등으로 유상증자가 사실상 불가능했던 상황에서 이번 주가폭락으로 만기도래한 회사채 연장도 어렵게 됐다"며 "만기가 다가오는 회사채가 연장되지 않으면 보유주식을 팔아 자금을 마련해야 하나주가마저 폭락해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 건설업체의 경우 주가폭락에 따른 대외신인도 하락으로 해외 수주활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며 "고유가로 자금이 풍부해진 중동 국가들이 국내 건설기업들에 대해 신용도를 의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K그룹의 경우 계열사 가운데 건설과 상사가 연내까지 계획하고 있는 자사주 소각 방침이 이번 주가폭락 사태로 영향받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런 사태가 계속된다면 그룹 구조조정 계획과 맞물려 계열사 주가 상승을 유도하기 위해 마련했던 자사주 소각 방침이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 의문시되기 때문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통한 근본적인 체질개선을 미처 끝내지도 못한 시점에서 증시 악재까지 겹쳐 지금보다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S사 관계자는 "주가폭락과 함께 보유중인 유가증권의 담보력이 떨어짐에 따라 유가증권을 담보로 빌린 자금의 경우 금융기관이 추가 담보를 요구하거나 이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 여신을 회수하려 할 것으로 보여 기업들의 자금 사정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들이 유동성 확보가 절박해짐에 따라 자금 가수요 현상이 발생, 서로 자금을 확보하려다보니 금리가 올라가고 돈 빌리기는 점점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예상된다"며 자금시장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중소업계에서는 고유가 행진으로 가뜩이나 제조원가가 상승하고 수출에 차질을 빚고 있는 가운데 주가마저 폭락, 자금사정의 악화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판매부진과 대금회수 지연이 경영의 내부적 어려움이라면 최근의 주식시장폭락과 유가의 급상승은 자금사정을 악화시키는 외부적 요인으로 작용해 결국 중소기업들이 이중의 어려움을 겪게 됐다는 것이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정성모 동향분석팀장은 "최근의 설문조사 결과 하반기에 접어들수록 중소기업의 자금난이 가중될 것으로 나타났다"며"주가하락세가 금융권의 중소기업 대출 기피현상을 심화시키는 것은 아닌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김석중 상무는 "주식시장이 계속 침체에 빠질 경우 유상증자를 실시하기 어려워 증시를 통한 자금조달 길이 사실상 막히게 되고 대외신인도 하락으로 외자유치에도 어려움을 겪게 된다"며 "보유주식 매각이나 증자를 통한 자구노력도 어려워져 결과적으로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지연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김 상무는 또 "외자유치를 하더라도 헐값에 할 수밖에 없어 원하는 만큼 자금조달을 하기가 쉽지 않다"며 "상장을 추진해온 비상장기업의 상장도 지연이 불가피해 상당수 기업들의 자금조달 계획도 차질을 빚게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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