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종합기계노조가 우리사주조합을 결성해 매각참여를 추진하는 등 노동계에서 우리사주조합 지분을 통한 경영참가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KT노조가 지난달 31일 올해 총 8.3%의 임금인상을 요구하기로 결정하면서 이 가운데 5.3%는 우리사주조합 무상출연을 요구하기로 한 것도 우리사주조합에 대한 노조의 관심정도를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구조조정이 일상화되면서 경영참여를 통한 고용안정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는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2일 박홍귀 기아차노조 위원장이 우리사주조합장에 출마하겠다고 공식 선언해 주목된다. 노조간부가 우리사주조합원장에 출마하는 경우는 종종 있었으나 위원장이 직접 조합장에 출마하는 것은 처음있는 일이다.

그동안 노동계는 내부 권력을 배분한다는 차원에서 집행부와 정파나 입장이 다른 조직이 조합장으로 출마하게 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우리사주제도는 지난 2001년 8월 제정 공포된 ‘근로자복지기본법’의 적용을 받고 있으며, 2001년 현재 상장기업의 94%인 648개사에 우리사주조합이 결성돼 있는 것을 비롯해 1,800여개가 결성돼 있다. 그러나 조합원 직접투표로 조합장을 선출하는 등 민주적 절차를 갖고 있는 사주조합은 20여곳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우리사주조합과 노조의 관계?

기아차노조 박 위원장은 “경영참여가 투쟁만으로는 힘들다”며 “노조위원장이 우리사주조합장을 겸직할 때 경영참여 가능성은 엄청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조합장은 법적으로 회사의 장부 열람권이 있기 때문에 회사경영 상황을 파악하는데 유리한 위치”라며 “단협을 통해 경영참가 조항을 따내는 것보다 위원장이 조합장을 겸직하는게 더 강력한 경영참가를 확보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기아차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노조대표의 이사회 발언권 보장 △사외이사 1인 지명 선임권 등 경영참가 요구를 강조하고 있으며, 위원장의 우리사주조합장 출마도 이와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기아차노조는 지난 97년 회사부도를 경험하면서 경영참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편이다.

첫 번째 직선제로 당선됐던 이병현 기아차 우리사주조합장은 “우리사주조합이 재정적 자립도 안 돼 있는데다 노동3권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고 현재 법제도의 미비점도 많아 복리증진이나 재산증식 등 우리사주조합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선 노조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었다”며 “노조가 적극 지원하는 조합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조합장은 “노조 집행부와 우리사주조합장이 성향이 다를 경우 적극 지원을 받기 힘들었던 게 현실”이라며 “노동운동의 새로운 영역으로 우리사주조합이 자리매김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실적 상황을 감안할 때 우리사주조합을 강화하기 위해서 노조 차원에서 출마하는게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박 위원장의 출마에 대해 비판적 시각도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조합장으로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박재홍 우리사주조합 사무국장은 “우리사주조합과 노조가 연대해야 한다는 방향에는 동의하지만 현직 위원장의 출마에는 회의적”이라며 “우리사주조합과 노조는 정책을 분리해 추진할 필요가 있으며 위원장이 우리사주조합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다면 적극 지원하면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기아차노조는 박 위원장의 조합장 출마에 대해 조합원의 뜻에 따르겠다며 조합장 선거운동을 전혀 하지 않고, 위원장 임기 동안만 조합장직을 수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조합장 선거에서 낙선한다해도 우리사주조합에 대한 지원은 확대할 방침이라는 것.

이에 따라 이번 조합장 선거에 3명 이상이 출마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박 위원장의 출마선언으로 더 치열한 선거전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기아차는 2~7일 조합장 입후보자 등록기간을 거쳐 오는 23일 전 직원 3만2천여명의 직접선거로 조합장 선거를 치를 계획이다.

최근 조합장 선거를 치른 현대차의 하부영 전 우리사주조합장은 “우리사주조합이 안정지분을 확보하고 제도적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노조 집행부가 책임지는게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박 위원장의 출마선언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한편 기아차 회사쪽 관계자는 박 위원장 출마에 대해 “오늘 아침 위원장 출마소식을 들었으나 아직 자세한 검토를 하지 않아 회사입장을 밝히긴 이르다”고 밝혔다.

올해 임단협과 맞물려 노동계의 우리사주조합을 통한 경영참가 시도가 활발해지는 상황에서 기아차노조의 새로운 실험이 주목된다.

송은정 기자(ssong@labo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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