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노동자’ 국회의원 단병호가 국회 문 앞에서 울었다. 지난달 31일 기자회견에서 그는 “정리해고로 내몰린 노동자들이 수없이 많은 집회를 했지만 별 호응이 없었다”며 “그때 노동자를 대변하는 의원이 한 두 명만 있었다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뼈에 사무쳤다”고 서러웠던 과거를 떠올렸다.

그는 “정말 열심히 일하겠다”고 다짐하다 감정이 북받쳐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그로부터 이틀 전인 지나달 29일, 젊은 초선 국회의원들이 청와대 영빈관 만찬장에서 울음을 터뜨렸다. 열린우리당 정봉주 의원을 비롯한 열린우리당 33명의 초선 당선자들은 ‘님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먼저 간 민주열사들이 우리를 손짓하며 부른다”고 울먹였다.

정 의원은 “포도주에 취기가 오른 대통령도 울고 모든 당선자도 울었다”고 한 인터넷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그 날 분위기를 전했다.

한국외대 총학생회장을 지낸 정 의원은 학생운동을 거쳐 민언련, 전민련 활동을 하다가, 본인 표현대로 “개운치 않았지만” 사교육 시장에 뛰어들어 ‘돈’도 좀 만지다가 정치에 입문한 새내기 정치인이다.

지난해 10월 근로복지공단 비정규직노동자 이용석 열사가 ‘비정규직 차별철폐’를 외치며 분신하자, “분신으로 항거하던 시대는 지났다”고 일침을 가했던 노무현 대통령과 정 의원은 청와대에서 그런 식으로 ‘열사’들을 만났다. 당시 단 의원은 “노동운동 하고 나서 그렇게 후회된 적은 없었다”고 엉엉 목 놓아 울었다. 그리고 31일 국회에서 다시 눈물을 흘렸다.

“얼음 같은 땅 속에 내 손으로 용석이를 묻었다”며 망월동에서 통곡했던 단병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 청와대에서 포도주에 취해 ‘님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울었다는 정봉주 의원. 두 의원의 눈물이 17대 국회와 한국정치사에서 어떤 열매를 맺게 될지 두고 볼 일이다.

조상기 기자 (westar@labo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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