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조선공업협회 주최로 제주도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한국조선산업의 위상과 향후 과제’ 세미나에서 한국조선공업협회 이병호 부회장이 “사내하청 노동자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아니”라며 “비정규직 개념의 정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생소한 말이 아니다. 현대중공업사내하청노동자 고 박일수씨가 분신 사망하자 현대중공업은“노동계에서는 이 사건을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한 지역적 투쟁으로 확산하려 하고 있지만 박일수씨는 하청업체 소속 정규직”이라고 주장했었다.

원청업체가 하청업체와 도급계약을 해지하면 그 자체가 해고 통보가 되어 버리는 하청노동자들이 ‘고용관계의 정함이 없는’ 정규직이라는 것은 그 자체가 모순이다.

상시적인 고용불안에 노동기본권조차 행사할 수 없는 노동자들이 정규직이라고?

이 부회장의 다른 발언을 보면 스스로 모순에 빠져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는 현행 파견법상 원청업체의 하청업체 노무관리를 금지하고 있는 것에 대해 “하청 근로자들의 안전 차원에서라도 일정부분 원청업체의 관리감독 및 지도권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관련법이 개정돼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스스로 위법적인 노무관리를 행하고 있으니 법을 바꿔 인정해 달라는 것인가. 하청업체의 정규직이라면서 왜 노무관리에 관심을 가지느냐는 말이다.

이 주장은 제조업 분야에 파견근로를 전면적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의도를 담고 있으면서, 기업들이 하청노동자를 직접 통제하고 있다는 사실을 실토하는 셈이기도 하다. 최근 불법파견에 대한 정부단속이 강화되자 아예 “합법적으로 쓰게 해 달라”고 나선 것이다.

재계의 주장대로 정규직과 다름 없는 하청노동자라면 굳이 파견을 쓸 이유가 무엇인가. 차라리 도급단가를 ‘후려쳐서’ 저임금에 해고까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비정규직 하청노동자’를 ‘직접 부리게 해달라’고 말하는 것이 더 솔직하다.

김경란 기자(eggs95@labornews.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