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와 금속산업사용자협의회가 지난 3월25일부터 10차에 걸쳐 중앙교섭을 진행했으나 노조쪽 요구안에 대한 논의도 시작하지 못한 채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금속노조는 교섭진전이 없을 경우 다음달 4일 조정신청을 하고 15일 1차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경고한 상태다. 또한 노조는 사용자쪽이 자체 요구안을 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인데 반해 사측은 요구안을 제출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현재 금속 중앙교섭이 지지부진한 원인과 향후 전망을 양쪽 대표 인터뷰를 통해 알아본다.<편집자주>

“계급차원의 요구 조합원과 함께 관철시킬 것”인터뷰 - 금속노조 김창한 위원장
▲ 지난 19일 서울 공덕동에 위치한 창조노무법인 사무실에서 심종두 대표를 만났다. ⓒ 매일노동뉴스 송은정창조노무법인 심종두 노무사는 올해 ‘금속산업사용자협의회’ 대표를 맡아 중앙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심 대표는 올해 중앙교섭에서 노조에게 일방적으로 끌려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올해 교섭을 통해 향후 중앙교섭의 큰 틀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 사용자 입장에서 올해 산별교섭 의미는.

“올해는 금속산업사용자협의회를 구성해 중앙교섭을 하고 있다는 점이 예년과 가장 다르다. 사용자쪽도 구심력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완벽한 사용자단체는 아니지만 협의체를 구성했고 협의체에 교섭권을 위임해 교섭을 진행한다는 차이가 있다.”

- 외부인으로서 교섭대표를 맡았는데,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

“사용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사용자들이 미션(임무)도 주지만 지역대표들을 설득하는 역할도 한다. 직접 당사자가 아니지만 노조쪽 사람을 많이 알고 있다보니 적절한 선을 그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사측에선 그동안 나서서 강한 입장표명을 하기 어려워 했는데 (나는) 원론적인 이야기도 하고 있다. 금속노조 입장에선 강공드라이브를 거는 데 대해 불만이 있을 것 같다. 사용자들이 대체로 외부 전문가 활용의 장점에 대해 만족하는 분위기다.”

- 이번 금속 중앙교섭이 경총과 노동계의 대리전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내가 경총에 몸담았던 일을 두고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데, 금속 노사관계는 독자적으로 끌고가고 있다. 경총 지시를 받지도 않을뿐더러 전혀 관계도 없다. 사측 지역대표들과 의견조율을 통해 교섭에 임하고 있다. 경영이나 인사권이 회사쪽에 있다는 것은 경총 주장이 아니더라도 사용자라면 누구나 다 동의하는 문제다.”

“노조가 실리중심으로 문제 풀었으면”

- 사용자안을 제출하려는 이유는.

“노사가 서로 파트너로 간다면 배려가 필요하다. 사용자단체도 하나하나 만들어져 가야 한다. 그런데 노조가 갖고 온 요구안을 놓고 일방논의를 해선 산별교섭의 발전이 어렵다. 교섭 중간중간에 문구정리도 당연하다. 일방에서 쌍방으로 가야한다. 그렇지 않다면 사용자협의회 존속의 의미가 없다. 노교섭, 사교섭이 아니라 노사교섭이라면 노측 요구안과 사측 요구안을 놓고 동등하게 검토하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노조도 실리 문제로 풀어나갔으면 한다.”


금속산업사용자협의회가 노조의 반대로 아직 공식적으로 제출하지는 못했지만 사용자쪽 요구안은 6개항이다. △합리적인 교섭정착과 노사관계 구축 위해 불법쟁의행위 금지 △사업자단체의 형태 및 내용에 관여 금지 △단체교섭 대상은 근로조건 관계사항으로 사용자측이 처분할 수 있는 사항에 국한 △인수, 합병, 분할, 매각, 구조조정 등 경영주체에 의한 고도의 경영상 결단 사항에 대해 사용자측에 권한이 있음을 확인 △근로시간 단축 관련 근로기준법 개정사항을 단협개정에 반영 △노조전임자 적정 수로 감축 등이다.

- 노조 요구안에 대한 입장은.

“예년에 비해 노조요구안 내용이 줄긴 했으나 최저임금, 손배가압류 등 모두 사회적 이슈가 되는 내용이어서 조심스럽다. 개별사업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수 있지만 사회적 영향력은 메가톤급이다. 최저임금 요구도 한꺼번에 30% 가량을 올리자는 것인데 한번에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월 70만원 가량의 최저임금이 금속노조 조합원에게는 해당되지 않을 수 있지만 외국인 노동자나 일용직 노동자에게도 해당돼 쉽지 않은 문제다. 사용자들도 모두 회의적이다.”

- 중앙교섭 전망은 어떻게 보는지.

“금속노조가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찾으려다보니 잘 안 되고 있다고 본다. 안을 갖고 이야기하기 시작하면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금속노조가 힘이 세니까 밀어붙이면 된다는 식으로 생각하기보다 멀리 내다보고 전향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하나 안 되면 다 안 된다는 식의 극단적 방향은 안된다. 지금은 초반 기싸움을 벌일 수도 있지만 내용을 논의하다보면 큰 그림을 만들어가는 게 그리 어렵지 않을 수도 있다고 낙관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송은정 기자(ssong@labo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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