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계, "비정규직 개념 기존보다 확대돼야"

비정규직 노동자는 과연 어떤 사람들이고 규모는 얼마나 될까?

최근 이를 파악하기 위한 정부부처와 산하 연구기관, 학회 등에서 각종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동안은 '비정규직'이라 할 때 천차만별의 해석이 존재해오다보니 이를 통일시킬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 비정규직 보호방안을 제대로 내놓으려면 우선 그 개념과 규모부터 바로 잡아나갈 필요가 있다는 것이 공통된 지적이다.

비정규근로는 정규근로가 아닌 고용형태를 말하며 따라서 '정규근로'에 대한 개념정의가 필요하다. 최근 노사정위에 안을 제출한 어수봉 교수(한국기술교육대)의 경우 "사용자와 기간을 정하지 않은 근로계약을 맺고 그 사용자의 감독이 미치는 장소에서 사업자의 전형적인 근로시간에 일하는 것이 정규근로"라며 "비정규 근로자는 이 세 조건 중 하나 혹은 그 이상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경우"로 정의하고 있다.

우선 비정규직의 규모와 관련, 가장 많이 언급되고 있는 통계는 53%. 이는 통계청의 조사에 따른 것으로, 상용근로, 임시근로, 일용근로 등으로 분류해 기초조사를 벌인 뒤 상용근로를 제외한 나머지를 비정규직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서 임시근로는 고용계약기간이 1개월이상 1년미만인자, 일용근로는 고용계약기간이 1개월 미만인 자 또는 일정한 사업장없이 떠돌아다니면서 일한 대가를 받는 사람을 말한다. 7월 고용동향에선 7백9만9천명(53%)으로 상용근로를 훌쩍 넘어섰다. 현재로선 구체적인 수치로 언급될 수 있는 유일한 통계다.

그러나 이러한 통계치에 대해 노사는 각기 현저한 입장차이를 보이고 있다. 민주노총의 주진우 정책국장은 "통계청 자료는 1년 미만의 임시계약직이 주를 이룬다"며 "학습지 교사 등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위장자영업자, 파견노동자중에서 1년미만의 단기계약이 아닌 사람 등을 포함하면 800만은 족히 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비해 경총의 김정태 조사부장은 "대부분의 국가들이 정규·비정규를 구분하지 않고 국제적으로 주당 30시간 미만을 소위 단시간근로로 판정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경총의 경우 5월 현재 임금근로자 중 36시간 미만 근로자 비율이 약 8.5%이며 이는 국제적으로 볼 때 높지 않은 수치라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노동부의 경우 단순히 비교하자면 노사의 중간쯤에 위치한다. 근로기준과의 한 관계자는 "통계청조사는 4인 이하 소규모 사업장의 경우 정규사원이라도 퇴직금 적용을 받지 못해 비정규로 분류되는 등 과도하게 측정됐다"는 지적을 내놨다.

또 통계청이 고용계약기간을 중심으로 분류하고 있으나, 추후 계속근로여부를 놓고 판단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 이에 따라 노동부가 매월노동통계에서 조사하는 상용근로자는 '기간을 정하지 않고 고용돼 있거나 임시 또는 일용근로자로서 조사기준일 3개월 통산해 45일이상 근무하는 근로자'로 정의되고 있다.

노동경제담당관실의 한 관계자는 "평균근로자의 근속연수가 5년정도 되는데 이를 통해 비정규직을 짚어보면 20%수준밖에 나오지 않아야 한다"며 "과거 고용계약은 배제시키고 현재의 고용계약기간만 따지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노동부는 이러한 판단과 기준속에 실태조사를 진행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최근 한국노동연구원과 합동으로 개념연구에 착수해, 계약직, 단시간근로, 일용직, 파견근로, 용역업체 근로, 호출근로, 독립도급업근로, 재택근로 등 8개 고용형태를 비정형근로로 정의한 바 있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의 경우는 어떨까?

나라마다 비정규 고용의 주된 형태는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는데, 점차 그 개념을 확대하는 추세가 엿보이고 있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소장 박승흡)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독립계약자, 촉탁, 파견임시직, 사내하청의 4가지(노동부)로 잡았다가 지난 8월 연방국세국의 보고서에서는 파견, 직용임시직, 촉탁, 하청기업, 개인도급, 자가고용자, 일반파트타임, 리스노동자 등 비정규고용이 전체 노동력인구의 30%인 것으로 추정했다. 초기에는 고용계약의 안정성만을 기준으로 삼았으나 점차 노동시간 유연화나 노동권의 적용배제 등 범주를 넓히면서 비정규직의 개념을 확대하고 있는 것. 특히 연방국세국은 "(파견임시직이 아니라) 기업내에서 직접 채용하는 임시직까지 통계에 모두 잡힐 경우 비정규고용은 두배 가까이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같은 경향은 일본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지난해 일본 총무성 통계국이 파트타임, 아르바이트, 촉탁·기타 등으로 통계치(25.6%)를 내왔다면 노동성의 경우 계약직, 임시직, 단시간파트타임, 기타파트타임, 출향, 파견, 기타 (이상 27.5%)등으로 범주를 넓히고 있다.

이와 관련 센터의 박영삼 정책기획국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고용계약기간만 따져서 사내하청, 특수고용형태, 인턴, 아르바이트 등 다양한 형태의 비정규직이 통계에 안잡히고 있다"며 "고용계약기간, 근로계약 결정권, 고용안정의 정도, 노동권 등을 종합적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 나아가 외국인연수생과 공공근로 종사자까지 포함시켜야 한다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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