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금융 노사가 걸어야 할 길은 말 그대로 ‘산넘어 산’이다. 비정규직 문제라는 큰 산을 운 좋게 넘더라도 사회적 쟁점으로 부상중인 ‘노조의 경영참여’라는 만만치 않은 또 다른 산이 버티고 있다.

노조의 경영참여 문제 역시 만만치 않다. 노조는 임원평가위원회 구성, 사외이사 추천권 등을 이번 교섭에서 요구하고 있으나 사측은 산별교섭 탈퇴를 언급하는 등 절대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노조가 경영의 투명성 제고를 논거로 제시한 반면, 사측은 주주권한 침해라는 입장.

한편, 이 문제는 금융산업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굳이 앞장 설 필요가 없다는 계산도 포함돼 있다. 사측은 산업 전체에 미칠 파장을 감안, 향후 진행상황을 봐가며 대응해도 늦지 않다는 판단이다.

결국 노사의 입장차가 커 협상이 순조롭지 않을 것이라는 게 2004년 금융 노사협상를 바라보는 대체적인 시각이다. 과거의 전례로 봤을 때 사측은 적극적이 협상 자세보다는 무대응 혹은 시간끌기로 일관해 지루한 싸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노조가 비정규직, 경영참여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긴 했지만 정규직의 양보문제가 부각될 경우 내부분열의 소지가 있고 게다가 각 사업장별로 상황이 많이 달라 일괄적인 타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결국 금융인들의 보수적 성향과 맞물려 임금협상 중심으로 내용이 전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최중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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