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이수호 위원장은 19일 오전 노동부 청사 대회의실에서 가진 초청특강을 통해 "노사관계 혁신을 위해선 아직도 구시대 이념에 사로잡혀 있는 기업인의 경영마인드에 일대혁신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상태가 계속되다간 우리 모두 공멸할 것"이라는 위기감을 나타내며, 경영마인드의 일대혁신과 정부의 강력한 리더쉽을 주문했다.

"경영자들, 아직도 구시대적 보수이념-포드이념에 사로잡혀 있어"

이 위원장은 `노사관계 현안 과제와 정부의 역할'을 주제로 노동부 본부 직원 1백여명을 대상으로 행한 이날 강연에서 "지금 한국사회의 발전을 위해서는 노사관계의 혁신이 절실히 필요하다"며 "특히 사용자들, 기업인들의 경영마인드 혁신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지금까지 기업인들의 사회적 의식은 분단구조에서 형성된 보수이데올로기, 고도성장사회에서 노동자를 동반자로 보기보다는 하나의 비용개념으로 보는 두가지 의식으로 규정돼 왔다"며 "아직도 이런 경영마인드를 가지고 세계화시대에 기업을 경영한다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고 경쟁력을 갉아먹는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따라서 "기업들에게는 노동자들을 동반자로 여기고 경영파트너로 받아들이는 혁신, 즉 기업인들의 사회적 책임을 중하게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한다"며 "그래야 앞으로 1백년, 2백년 계속 발전하는 기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노동자를 소모품으로 여기고 저임금으로 이윤추구만 목적으로 한다면 한국에서 기업하기보다는 중국이나 인도로 가서 기업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며 "그러나 그렇게 해서 얼마나 기업이 존속할지는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 위원장은 이어 "열쇠는 대기업오너들의 의식변화"라며 "유한킴벌리같이 노동자를 기업경쟁력의 핵심으로 잘 활용하는 기업이 있는 반면에 대다수 기업인들 특히 대기업재벌총수들은 특권의식에 사로잡혀 있지않나 하는 걱정이 든다"고 오너들의 의식전환을 촉구했다.

"비정규직 문제는 노동문제가 아닌 사회문제"

이수호 위원장은 이날 노동부가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3만명의 정규직화'에 대해서도 따가운 일침을 놓았다.

이 위원장은 "정부가 발표한 공공부문 대책은 별로 새로운 것이 아니다"라며 "기존에 10만명을 한다고 했다가 3만여명으로 줄였고, 그것도 작년에 다 합의한 것들이고 또 청소용역의 경우 대개 정년보장이 합의되어있기 때문에 생색만 낸 느낌"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이런 정도로는 비정규직의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다"며 "비정규직의 문제가 정규직의 고용경직 때문이라고 하는 주장은 사용자의 책임전가에 불가하다"고 비판했다.

이 위원장은 올해 노동계 최대 이슈는 비정규직 해소와 관련, "지금 비정규직문제는 노동문제가 아니라 사회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비정규직문제의 핵심은 비정규직이 너무 많고 너무 차별이 심하다는 것"이라며 "한국은 이 두가지가 중첩돼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다 보니 한국노동시장 자체가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며 "낮은 임금에 고용불안으로 소비가 줄어들고 결국 생산도 줄어 경제의 성장잠재력이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며 "여기에 높은 땅값으로 노동자의 삶은 더욱 힘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비정규직문제 해결책으로 "해결책은 차별을 없애고 숫자를 줄이는 것"이라며 "더욱이 비정규직은 대부분 노조가 없기 때문에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고 사회적으로 감시하는 기능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대로 가면 우리 모두 공멸할 것"

이 위원장은 이밖에 최근의 심각한 투자부진에 따른 경기침체와 관련해선 "한국의 대기업들은 지난해 60조 넘게 벌어들였지만 투자를 안하고 있다"고 대기업들을 비판했다.

그는 "중소기업 85%가 대기업하청이나 중소기업임금은 대기업의 임금기준에 묶여져 있다"며 "따라서 대기업들이 새로운 산업에 적극적인 투자를 하고 연계된 중소기업을 같이 대우해주는 전략으로 경영전략을 세워야 지속가능한 성장과 안정된 고용이 보장되는 경제시스템으로 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노사정위 복귀문제와 관련해선 "노사정위원회는 우선 진실한 대화의 의지가 확인되고 민주노총이 들러리가 되지않는다는 대중적 판단이 있어야한다"고 전제한 뒤 "노사정위 복귀 문제는 지금 대중적 토론을 붙이고 있어 대의원대회를 8월정도 개최해서 결정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정부에 대해서도 "정부의 적극적인 리더쉽이 필요하다"며 "그러지 않으면 우리 모두 공멸할 것"이라고 정부의 적극적 리더쉽 발휘를 주문했다. 그는 "우선 개별 사업장단위에서는 공정한 중재자의 역할이 필요하다"며 "노동자들에게는 엄하고 사용자들에 대해서는 솜방망이 같은 정부의 인상을 지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마지막으로 "거시적 차원에서는 한국사회가 한단계 발전하기 위한 비젼을 세우고 끈기있게 밀고가야 한다"며 "사용자들이 안이한 경영에 안주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노사관을 가지고 경영마인드를 혁신하도록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모두 공멸할 것이다"라는 위기감어린 경고로 강연을 끝냈다.

이날 노동부의 이수호 위원장 초청 특강은 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한 노사의 입장을 들어보기 위해 지난달 23일 이수영 경총 회장과 7일 박헌수 한국노총 비상대책위원장을 각각 초청해 특강을 가진 데 이어 세번째로 성사된 것이다.

김경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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