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다시 돌아왔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기각 결정으로 직무복귀 이틀째를 맞은 15일 국민 앞에 선 노무현 대통령은 안정적인 국정 운영 및 화합과 상생의 정치, 민생경제 회복과 경제성장ㆍ시장개혁을 약속했다.

대국민 담화에서 가장 강조된 부분은 ‘경제 발목을 잡는 부조리를 척결하겠다’는 것이다.

대통령은 “우리 경제는 혁신 주도형 경제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며 “공공부문, 시장 모두에서 기술을 혁신하고 인재를 양성하고 시장을 개혁하고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정치 행정 등의 모든 부조리를 정리해 더욱 투명하고 공정한 시장의 토대를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또한 “최근에는 기름값이 매우 걱정스럽지만 이런 여러 가지 위기적인 요인도 우리 국민과 정부가 감당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라며 ‘경제위기론’에 대한 지나친 우려를 경계하면서 국민여론이나 인기에 급급해 무리한 단기 부양책을 쓰는 등 원칙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도 재삼 확인했다. 덧붙여 “개혁을 저지하기 위해, 자기에게 불리한 정책을 유리한 방향으로 바꾸기 위해,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한 수단으로 위기 확대를 주장하고 국민 불안을 조장하는 일은 없어야 된다”며 경제위기를 빌미로 개혁작업을 후퇴시키지는 않을 것임을 밝히기도 했다.

이와 함께 “특히 중소기업, 영세상인 그리고 비정규직 서민들의 당면한 경제의 어려움을 결코 방치하지 않겠다”며 민생안정도 강조하면서 “당장의 어려움도 풀어야 하겠지만 하루빨리 경제가 회복되고 장기적으로 성장 잠재력이 확보돼서 지속적인 경제발전이 가능하도록 대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대통령의 집권 2기 구상은 분배를 위해서라도 안정적인 성장이 전제돼야 하며, 이를 통해 분배의 형평성을 구현하겠다는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 논리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노동시장만 놓고 본다면 수출 증대에도 불구하고 기업규모별, 고용형태별 임금격차 등으로 다수의 저임금 노동자와 실업자가 발생했고 이는 내수침체를 유발시켜 잠재성장률이나 고용흡수력마저 감소시키는 결과를 가져왔기 때문에 이제는 소득분배 불균형을 최소화하면서 이를 성장의 동인으로 삼는 매카니즘을 형성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제까지 노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여당에서는 소득분배 불균형 시정을 위해 ‘정규직노동자들의 고임금 해소’만을 얘기했을 뿐 지나친 고용유연화에 따른 노동자들의 고용불안, 사회안전망 부실에 따른 최소한의 보호장치 미비 등에 대해서 구체적인 입장을 제시하지 않았다. 따라서 최소한의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을 위한 전제조건조차 마련돼 있지 않다는 노동계의 비판에 직면해 있다.

비정규직 대책이 대표적이다. 정부여당은 비정규직 남용을 얘기하면서 기간제로의 채용제한은 할 수 없고, 지금도 불법이 판치는 파견근로는 오히려 허용업무를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원ㆍ하청 업체간 불공정거래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감독행정에 그치고 있으며 20~30%대 사회보험 적용률을 제고하는 방안은 내놓지 못한 상태다.

대통령의 복귀와 함께 그동안 몇차례 미뤄졌던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이 18일 발표된다고 한다. 당초 공공부문 비정규직 10만명의 정규직화가 검토되다가 최근 3만여명 수준으로 그 수마저 줄었고, 이마저도 이미 노사합의 등으로 정규직 전환이 ‘예정’된 업무에 한정돼 있어 대책이 어떻게 수정, 발표될지 주목된다. 또한 대책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예산 등의 이유로 공공부문에 만연한 민간위탁 등을 통한 간접고용화를 어떻게 막을 지에 대한 내용이 보완됐는지도 궁금하다.

한편 이번 주에는 사립대병원의 교섭대표권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보건산별교섭 9차 회의가 19일 열리며 21일에는 금융노사가 첫 산별교섭을 갖는다. 또한 같은 날 한국노총 개혁연대가 공식 출범, 직선제 등 한국노총의 개혁과제들에 대해 공론을 형성해 나갈 예정이다.

이정희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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