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란 어떤 것일까? 소망이나 바람, 기대 심리의 결정체…

대부분 사람들은 어렸을 때 ‘넌 커서 뭐가 되고 싶니?’ 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을 것이다.

장군이나 과학자, 의사, 선생님 등을 얘기했던 기억이 난다. 나이와 그 순간의 심정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대답했던 기억도 나고…

하지만 어른들에게 꿈이 뭐냐고 묻는 사람이 있었나? 지금의 우리들은 꿈을 말하지 않거나, 잊고 지내거나 심지어는 버리고 살기까지 한다. ‘꿈을 상실한 사람들’이란 말은 이제 생소한 말이 아닌 것이다. 세력이 약해진 ‘꿈의 반란군’이 미미하게 저항을 하고 있긴 하지만 ‘현실과 꿈’의 전투에서 현실이 이기고 있기 때문이리라.

예술가들은 어떨까? 그들에게 꿈은 무엇이고 꿈을 성취하기 위해 어떠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우리는 흔히 음악이나 무용, 연극, 사진, 미술 등을 직업으로 삼아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을 예술가라 부른다. 현재 예술가들은 사회, 경제적인 성장으로 그 수가 늘어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러한 추세는 이어질 것이다. 하지만 늘어가는 예술가가 사회적으로 존경을 받거나 선망의 대상으로 취급되지는 않고 있다. 물론 그들이 경제적으로 윤택한 삶을 살아가고 있지도 않다. 이것은 경제적 가치만을 절대시하는 이 시대의 현상이다. 삶의 모든 기준을 물질 하나로 판단하는 데에서 오는 현상.

예술가들도 어느 측면에서는 일반 노동자와 다를 바가 없다. 하지만 일반 노동자와 다른 면이 있다. 삶의 목표. 이것이 다르다. 일반 노동자들의 삶의 목표가 꼭 경제적 가치 획득이라 말하긴 어렵겠지만 다분히 현실적임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예술가들은 ‘자기가 선택한 길에서 최고가 되고자하는’ 이것만이 삶의 궁극적 목표인 것이다.

‘여유 한 줌, 꿈 하나’

예술분야 중 연극을 예로 살펴보자. 연극계의 보편적 현실은 30대 중반의 배우가 1년에 500만원을 벌기가 어렵다. 아마도 10명에 1명 가량이 그 정도를 벌까? 믿기 힘든 현실이다. 사회적 인식 역시 처참한 수준이다. 나아지긴 했지만 가난하고, 자유분방한, 독특한 사람들이 행하는 놀이 정도로 바라 볼 뿐이다.

외국의 경우는 어떨까? 대형화와 상업화로 발전된 미국의 브로드웨이.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마찬가지다. 소수의 선택된 연극인을 제외하고는 아르바이트와 정부의 보조금으로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인식에서는 큰 차이가 있다. 연극인에 대해 대다수의 사람들은 존경과 감사함을 갖고 있다. 이것은 중요한 차이다. 부럽기만 한 차이다. 한국의 연극인들이 참여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최저생계비를 받기 위해 투쟁한다면? 아마도 모두가 기립박수를 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 그런 불상사(?)는 일어나기 어려울 것 같다. 예술을 선택한 주체가 그들이라고 규정지으면 끝나는 문제니까. 외국에서나 이 땅에서나 연극을 하는 사람들에게 최저생계라는 건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라고는 할 수 없다. 불필요하기 때문이라기보다 그것이 삶의 목표에 절대적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연극인은 경제적 이유 하나로 연극을 포기하려고 하지 않는다. 이유가 무엇일까?

그들에겐 꿈이 있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꿈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긴 어려울 것이다. 그렇지만 유독 예술가들에게 그 꿈의 위력이 더 강한 이유가 무엇일까? 이는 현실보다는 보이지 않는 다른 세계와 더 많은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이런 결론이 맞다면 노동자들도 꿈을 간직해야 할 것이다. 그 꿈이 비록 보이지 않는 세계와 깊은 관련을 맺고 있을지라도… 하지만 어려울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실과의 관계를 더 중요하게 여기며 살아가고 있으니까 말이다. 이것이 잘못된 것은 분명 아니다. 하지만 잠시라도, 아주 잠시라도 벗어나 볼 수는 없을까? 이런 노력이 삶의 여유를 가져다 줄 지 누가 알겠는가? 어쩌면 꿈의 힘으로 어렵고 힘든 이 현실을 이겨낼 자신감을 얻을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김신기 전국문화예술노조 세종문화회관지부 서울시극단지부장(poetwolf@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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