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문 : 헌법에 근거하여 자주적으로 체결한 단체교섭의 결과물을 감사원이 나서서 위반하도록 종용하는 현실에서 노동법은 전태일 시대 처럼 '종이'로 복귀할 수 밖에 없다. 지침경영·정치경영 등 간섭경영으로 자율·책임 경영이 원천적으로 봉쇄되고 있는 마당에서 노사합의 사항마저 부정하라는 감사원의 간섭은 감사원이 '신격화' 되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감사원의 공기업경영구조개선실태 감사결과 발표를 보면 감사원의 역할과 기능에 대하여 새삼스럽게 다시 생각하게 된다.

주지하다시피 감사원의 직무는 회계검사와 직무감찰이다(헌법제97조). 감사원을 헌법에서 별도의 '관'으로 그 설립근거를 둔 것은 정치권력 등 제반 세력으로부터 독립하여 고유하고 영속적인 기능을 수행하라는 취지이다.

그런데 금번 감사결과에서 위와같은 헌법취지는 찾아볼 수 없고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여 개선책을 제시하겠다는 자체홍보내용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

우선, 이번 감사원 감사결과는 공기업에 대한 정보를 왜곡하고 있다. 그동안 국민들은 공기업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기가 지극히 곤란하였다. 국민들은 진실에 근거한 공기업 경영정보 제공은 독자자극에 신념을 가진 황색 저널리즘 앞에 무력할 수 밖에 없다. 비대한 지방질에 휘청거리는 몸뚱이를 체질 개선시키기보다는 공기업을 '먹이'로 하여 핵심 단백질을 보충하려는 재벌들에게 공기업의 진실은 철저한 은폐의 대상이었다.

단언컨대 공기업은 절대로 부실·방만하지 않다. 업무수행이 어려울 정도로 가혹 한 인력감축을 시행하는 등 정부의 개혁과제를 철저하게 준수하였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 어느 분야보다도 효율적이고 우수한 경영을 수행하고 있지만 노동소득 분배율 11.0%(전산업평균 59.8%)에서 알 수 있듯이 정당한 대가 요구에 철저하게 외면당해 왔다. 감사원은 먼저 정확한 경영정보부터 공개해야 한다.

다음으로, 이번 감사원 발표는 노사관계를 근본부터 흔들고 있다.

노동조합의 무기는 '투쟁'이며 그 투쟁의 산물은 철저하게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 현재까지 노동법의 정신이다. 헌법에 근거하여 자주적으로 체결한 단체교섭의 결과물을 감사원이 나서서 위반하도록 종용하는 현실에서 노동법은 전태일 시대 처럼 '종이'로 복귀할 수 밖에 없다. 지침경영·정치경영 등 간섭경영으로 자율·책임 경영이 원천적으로 봉쇄되고 있는 마당에서 노사합의 사항마저 부정하라는 감사원의 간섭은 감사원이 '신격화' 되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감사결과의 발표동기가 지극히 의심스럽다.

4월27일 착수한 감사결과를 내부절차 등을 감안하더라도 5개월이 지난 지금시점에 갑자기 발표한다는 것은 다분히 정치적인 의도가 숨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방향혼란과 미봉책으로 일관한 4대 부문개혁의 완벽한 실패·노벨상에 집착한 정부정책의 편향성, 각종 지표가 보여주는 제2 IMF 위기설 등 국민들의 불만·불안 요인을 잠재우고 다가오는 국정감사에서 논점을 흐릴 수 있는 재료로서 가장 '만만하게' 국민들을 쉽게 선동할 수 있는 것이 공기업때리기인 것이다.

감사원은 고유기능에 충실하여야 한다. 노조전임자가 많다거나 기금출연이 과다하다고 불평하기보다는 사업착수를 위한 의사결정체제가 적정한가, 사업결과에 대한 책임규명은 완벽한가, 사원인사에까지 파고드는 정부·정치권의 부당한 간섭에 대한 효과적인 대책은 무엇인가 등을 고민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감사원은 '노사관계의 적정성'이 직무감찰과는 전혀 다른 문제라는 사실부터 인식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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