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오교통 소속 택시노동자인 조경식씨(45)가 7일 오후 광화문 열린마당에서 열린 ‘택시회사 부가가치세 부실운영 세금포탈 방치 국세청 규탄집회’ 도중 분신했다. 그는 현재 한강성심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지만 전신에 49% 화상을 입었고 기도가 크게 손상돼 생명이 위독한 상태다.

부인과 중학교에 다니는 두 아들을 두고 있는 마흔 다섯의 가장이 왜 자신의 목숨을 버리려 했을까. 민주노총 소속 택시노조의 조합원이었고 열성적인 노조 간부였던 그가, 열 명의 국회의원이 민주노동당의 이름으로 국회에 진출하게 된 이 마당에, 왜 또 죽음이라는 막다른 선택을 해야만 했던 것일까. 자신의 동지가 국회의원이 되어 돌아왔는데, 손을 붙들고 어깨를 흔들며 “이런 엿 같은 문제가 있으니 당장 좀 해결하라”고 윽박질렀으면 됐을 것을, 그는 왜 자기 몸에 불을 질러야 했는가?

지금 택시운전은 천업(賤業) 중의 천업이 되었다. 하루 12시간, 일요일도 없이 일주일을 꼬박 일해도, 한 달에 100만원을 벌기가 어렵다고 한다. 최근 교통개발연구원이 조사해서 발표한 법인택시의 운전자 1인당 월 인건비가 113만원이었다고 하니 이것은 틀린 이야기가 아니다.

서울시택시운송사업조합에 따르면 2003년 9월말 현재 면허를 받은 법인택시는 2만3,134대이지만 통상 한 대당 2~3명이 일하는 운전자의 수는 4만2,473명으로 적정인원인 5만7,835명에 비해 무려 1만5,362명이 부족하다. IMF 관리체제 직후 실업자들이 대거 몰리면서 100% 가동률을 보이기도 했던 택시업계는, 열악한 노동조건을 견디다 못한 사람들이 빠져나가면서 지속적으로 운전자 감소추세를 보여왔다. 특히 2000~2002년에는 퇴직자가 입사자보다 많아져 갈수록 늘어나고 매년 적정인원의 50%에 달하는 3만여 명이 퇴직하고 있다고 한다. 요즈음엔 운전면허시험장 입구에서 “택시운전 하실래요”라며 꼬시는 진풍경도 연출된다고 한다.

여기에는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 열악한 노동조건뿐만 아니라 지입제, 도급제, 임대제, 사납금제 등 각종 불법변태영업이 횡행하고 있는데다, 노동자에게 유류비(LPG), 차량수리비, 사고처리비, 각종 벌과금, 세차비, 신차량구입비, 콜운영비 등등의 각종 운송경비를 부담시키는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극심한 인력난 속에서도 막다른 골목에 몰린 신용불량자나 해고자들이 어쩔 수 없는 생계수단으로 택시운전을 택하면서 회사의 부당한 처사에 제대로 항의도 못하고 있다. 노조 조합원의 무려 30% 가량이 신용불량자 신세라고 한다.

업체들은 공식적으로는 ‘놀고 있는’ 차들에 대해 세금 한 푼 물지 않으면서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도급과 지입을 통해 대당 200만원 이상의 수입을 손 올리고 있다. 중간사장들도 대당 수십 만원의 중간관리비를 떼먹고 있다. 그러니 대신 법에도 없는 도급택시를 운전하는 노동자는 하루 9만원의 사납금을 갖다 바쳐야 하고, 하루 3~4만원의 일당을 벌기 위해 무리하게 차를 몰아야 하는 것이다.

건교부로부터 용역을 받은 교통개발연구원은 법인택시의 적자율이 5.38%에 달하고 대당 평균손실이 약 378만원에 이른다고 했다. 통계상의 운휴택시가 실제로 ‘놀고 있다’면 그것은 사실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으로부터 연구를 의뢰받은 한국산업경영연구소는 이것이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적자설’을 전면 부인한다. 서울의 경우 법인택시의 대당 프리미엄이 4,500만원으로 최근 3년동안 1,000~2,000만원 오른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는 것이다. 손해보는 장사에 어떻게 프리미엄이 붙고, 또 그것이 계속 오를 수 있을까? 희한한 일이다.

일본 동경에는 2개의 택시회사가 있다. 인건비 비중이 원가의 80%가 넘는다. 우리나라 서울에는 272개의 택시회사가 있고 인건비 비중은 55%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 10년 동안 택시업체의 수에는 거의 변화가 없었다. 매년 적자타령을 하는 택시회사들이 망하지 않는 비밀은 ‘착취’와 ‘불법행위’에서 찾아야 하지 않겠는가.

여기에 불을 지른 것이 택시업체들의 부가세 떼먹기다. 정부는 지난 95년부터 택시회사에 대해 부가세 50%를 감면하면서 경감분을 전액 택시노동자의 처우개선에 사용토록 지시했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9만2,430대에 이르는 법인택시가 있지만 대당 평균 12만원, 연간 1천억원이 넘는 법인세 경감분 가운데 노동자에게 지급되는 비율은 최대로 잡아도 35%에 불과하다. 상당수의 택시회사들이 세금감면분을 통째로 ‘꿀꺽’하거나, 노조에 일부를 나눠주고 ‘입 다물라’는 식으로 제맘대로 사용하고 있다. 노동자들이 분노하는 것은 정말 먹고 살기 힘드니 한달에 5~6만원이라도 달라는 뜻도 있지만, 분명히 “전액을 노동자를 위해 쓰라”고 했는데도 대놓고 법을 어기는 사장들을 “왜 가만 놔두냐”는 것이다. 국세청은 그날 조경식씨의 피묻은 함성을 들었을 것이다.

마틴 스콜세지의 영화 ‘택시드라이버’에서 월남전에 불려나갔다 온 택시운전수 트레비스는 세상의 나쁜 놈과 악을 쓸어버리겠다며 머리를 깍아 밀고 총을 든다. 그가 애초에 노린 대상은 대통령 후보였지만, 결국 13살의 어린 창녀를 갈취하는 포주를 쏘아 죽이는 것으로 영화는 끝난다. 조경식씨도 개같은 세상을 저주했지만 그는 누구하나 해치지 않고 한많은 자기 육신을 태웠다. 우리가 그를 살려야 한다.

편집국장 박영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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