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운동이 미국 노조문화를 바꾸었다

지난 5월2일 미국 AFL-CIO의 특별기구로 미국내 아태지역 출신 이주노동자 연대기구인 아시아태평양노동동맹(APALA)의 설립자 중 한 사람인 켄트 왕(Kent Wong)이 한국을 찾았다. 베트남 노조 관계자들과의 교류를 위해 가는 길에 시간을 내어 약 7시간을 한국에 머문 켄트. AFL-CIO는 건설일용노조가 원청과 단협을 체결했다는 이유로 검경의 수사를 받고 있는 국내 상황에 대해 이미 지난 해 10월 한국정부에 항의서한을 보낸 바 있으며, 켄트 왕은 이번 짧은 방문 중에 직접 농성과정과 수사진행 상황을 듣고 투쟁기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경기서부건설노조가 농성중인 명당성당에서 그를 만났다.

ⓒ 매일노동뉴스 김경란
-LA에서 지난 1992년에 청소 용역 노동자를 조직했던 과정이 인상적이었다.

=AFL-CIO는 2000년 공식적으로 ‘미등록 노동자를 고용한 사업주 처벌에 대한 지지’ 입장을 철회했다. 과거에 AFL-CIO는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적대적 입장을 줄곧 취해왔었다. 이런 입장변화는 전체 노동인구 가운데 외국 태생의 이민자 비율이 급증한 현실을 감안한 탓도 있지만, 92년 가정부, 간병인, 청소용역 등에 종사하는 이주노동자들이 스스로의 권리를 주장하며 노조로 뭉치면서 발휘했던 파괴력이 AFL-CIO의 주요 조직대상에도 변화를 줬다.

처음에는 조직에서도 반대했다. 이주노동자가 불법체류자 신분이고 그들이 고용된 형태도 주로 하청형태였기 때문에 이길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2003년에는 노조가 두 달간 전국 103개 도시를 버스투어를 하면서 이주노동자 문제를 알리는 이주노동자 ‘프리덤 라이드 운동’을 개최하기도 했다.

-현재 미국노동운동의 변화 지점은 무엇인가?

=미국 노동운동은 지금 많은 갈등을 겪고 있다. AFL-CIO도 용역노동자들의 조직화에 힘썼지만 열성적인 조직은 아직도 적다. 60개 산별노조가 있는데 적극적으로 노조 조직화를 실천하고 있는 노조는 겨우 5-6개 뿐이다. 현재 노조는 대선을 겨냥한 정치활동으로 조지 부시에 대한 낙선 운동에 전념하고 있다. 그가 노조운동의 최대 방해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내가 봤을 때는 조지 부시가 있든 없든 노조 운동에는 별로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지금은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조직화를 위한 대안이 필요하다. 그래서 미국노총 내 섬유(UNITE), 호텔(HERE), 서비스노조(SEIU) 등 약 6개 조직이 따로 지역조직화 활동에 대한 연구에 착수했다. 이들은 모두 이민정책 등 국제적 문제에 대한 진보적 견해를 갖고 있으며 이민자 운동에 대해 적극적이다.

-미국내 한국 이주노동자들의 실태와 한국 사용자들의 성향은 어떤가?

=개인적으로는 미국과 한국의 노동운동의 연계가 매우 시급하다고 본다. 한국 노동자들 뿐 아니라 아시아 노동자들도 폐쇄적인 면이 있다. 그들은 서로를 고용하고 ‘가족적인’ 분위기로 노동관계를 이해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들의 노동권을 침해받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한국 고용주들도 마찬가지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노조와 활동가들의 교류를 활성화하고 한국인 조직활동가를 배출해야 한다. 그들의 언어로 그들의 이해로 조직하는 활동가가 필요하다. 그것은 중국도 베트남도 마찬가지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이나 배트남 노총을 배척하지 말고 지속적으로 교류해야 한다. 이것은 미국내 한국을 비록한 아시아 이민자들 조직화에도 엄청난 영향력을 줄 것이다.

김경란 기자(eggs95@labornews.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