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의 경영이 엉망이라는 점은 해묵은 얘기다. 그래서 환란 이후 추진된 공공개혁에서 공기업은 핵심대상이었다.

하지만 감사원이 발표한 공기업 구조조정 실태 감사결과는 충격적이다. 상당수 적자공기업들이 부실기업정리를 외면하는가 하면 일부 공기업은 사양길에 접어 존립근거를 상실했는 데도 철밥통 지키기에 급급, 적자가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적자를 내면서도 일부 공기업은 사내 복지기금의 출연금을 늘리거나 퇴직금 누진제를 유지해 경영부담을 더욱 가중시켰다고 한다. 기업은 망하든 말든 실속만 차리자는 도덕적 해이의 전형이다. 주인있는 민간기업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경영상태가 좋은 일부 공기업도 기능직에게 지나치게 높은 급여를 지급하는가 하면 특별격려금·보로금 등의 명목으로 예산을 물쓰듯 하기도 했다.

산업안전관리공단의 경우 인건비예산을 허위 보고하는 편법도 동원했으며 한국건설관리공사는 일 안하는 직원들에게 돈을 주기도 했다. 특히 국민은행의 경우 은행장이 낙하산인사에 대한 노조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162억원을 전용했다고 하니 어이가 없다.

물론 한국종합기술금융과 남해화학 등 일부 공기업은 뼈를 깎는 구조조정으로 우량기업으로 변신한 사례가 없지 않다. 지난 2년간 11개 기관이 민영화되고 8개 기관이 통폐합됐으며 3만4,500명의 인원이 감축된 것도 적지않은 성과로 볼만하다.

하지만 조사대상 141개 공기업 중 무려 132개 기업이 위법 부당사례를 지적받은 것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이러니 4개 개혁 중 공공개혁이 가장 부진하다는 비판이 국내외에서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감독당국은 왜 이제서야 실태를 조사해 개혁의 부진과 역행을 방치했는지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차제에 공기업의 낙하산인사 관행부터 고쳐야 한다. 전문성이 떨어지고 정치적 입김으로 임명된 일부 경영진들이 노조에 약점이 잡혀 돈으로 입막음을 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능력있는 전문경영진을 투명한 절차를 거쳐 외부에서 기용해 공기업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불법적이고 파행적인 경영으로 공기업을 부실로 몰아넣은 경영진에 대해 엄중 책임을 묻는 것도 당연하다. 노조 등 근로자들도 내몫찾기를 자제하고 구조조정에 협조해 회사를 일류기업으로 키우는 애사심을 발휘해야 한다.

공기업에 주인을 찾아주는 민영화도 더 이상 미루어서는 안된다. 집권후반기가 되었다고 공기업 개혁의 고삐가 느슨해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갖고 내년 2월로 약속한 공기업개혁을 마무리하는데 차질이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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